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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어디까지 달아야 할까? - 농업 칼럼리스트·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6-09-21 08: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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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사과와 배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추석을 앞두고 과일 선물이 오가고 있다. 선물 받은 과일을 먹어 보면 예전에 비해 많이 달아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과와 배뿐만 아니라 포도, 복숭아, 감귤, 수박 등에서도 높은 당도가 상품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산지에서는 당도계를 이용해 출하 기준을 정하고, 유통 현장에서는 ‘고당도’라는 표시가 좋은 과일을 알리는 문구로 사용된다.

  

과일이 달아진 데에는 품종과 재배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소비자가 단 과일을 선호하면서 육종과 재배에서도 당도를 높이는 방향이 중요하게 취급됐다. 여기에 비파괴 당도선별기가 보급되면서 일정 당도 이상의 과일을 선별해 출하하는 것도 쉬워졌다. 당도는 숫자로 측정할 수 있으므로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가 품질을 판단하기에도 편리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일의 단맛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건강검진에서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식품의 당류 함량을 살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나치게 단 과일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혈당 관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 ‘고당도’라는 말은 맛있는 과일이라는 의미와 함께 당이 많은 식품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이 문제는 일찍부터 제기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소개한 ‘과일에 대한 오해와 수정 사례’에는 2007년 도쿄의 한 대형병원 홈페이지에 “최근 과일은 당도가 높아 혈당 상승이나 혈중 중성지방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과식에 주의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실렸던 사례가 소개돼 있다. 이후 해당 내용은 수정됐다. 일본에서 ‘요즘 과일은 너무 달아서 건강에 좋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인식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고 고당도 과일과 혈당의 관계를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 과일에는 포도당, 과당, 자당 등의 당이 들어 있으므로 섭취량에 따라 혈당에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 환자라면 과일의 종류와 당 함량, 한 번에 먹는 양을 자신의 식사 관리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달고 맛있다는 이유로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섭취하는 당질의 양도 많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과일을 ‘당이 많은 식품’으로만 인식하는 것도 과일 소비 측면에서는 경계할 부분이다. 과일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등 여러 영양성분이 함께 들어 있다. 일본은 ‘건강일본21(제3차)’에서 성인의 하루 과일 섭취 목표를 200g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농림수산성이 2025년 실시한 소비동향 조사에서 인용한 2023년 과일 섭취량은 하루 92.9g으로 목표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대목은 우리 과수산업에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동안 과일의 품질 향상에서 당도를 높이는 것은 분명 중요한 성과였다. 소비자가 맛있는 과일을 찾았고 농가는 그 요구에 맞춰 품종과 재배기술을 발전시켰다. 높은 당도는 좋은 가격을 받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이제 소비자의 관심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다. 단맛과 함께 새콤한 맛, 향, 아삭함이나 부드러움 같은 식감, 신선도와 영양까지 살핀다. 같은 14브릭스의 과일이라도 산도와 향, 육질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맛은 달라진다. 과일의 맛을 하나의 숫자로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고당도 경쟁이 계속될수록 농가의 재배 부담도 생각해야 한다. 모든 품종과 모든 과일을 최고 수준의 당도로 만드는 것보다 품종 고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리는 방향도 상품 차별화가 될 수 있다. 새콤달콤한 사과, 향이 좋은 배, 산미와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감귤처럼 각각의 개성을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품질 기준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추석 과일 상자를 열었을 때 소비자가 가장 먼저 묻는 말이 언제까지나 “몇 브릭스인가요?”일 필요는 없다. “이 사과는 어떤 맛인가요?”, “이 배는 어떤 향과 식감을 가졌나요?”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과일의 품질을 당도라는 한 줄의 숫자에서 맛과 향, 식감과 건강을 아우르는 여러 기준으로 넓혀 간다면 우리 과일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길도 그만큼 넓어진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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