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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밥상에서 다시 찾은 ‘밥의 힘’ - 곽경자 이학박사(곽경자 식초담다 대표)
  • 기사등록 2026-09-28 08: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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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다녀온 뒤 며칠 동안 글 한 줄 쓰기 어려웠다. 전시장을 나오며 조상들의 고단한 삶이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마을 앞산을 바라볼 때마다, 나보다 먼저 그 풍경을 보았을 사람들은 무엇을 묻고 무엇을 견디며 살았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정작 내 삶에서 희미해진 것을 발견했다. 가족이 함께 둘러앉던 밥상이었다.

  

오늘은 하얀 쌀밥을 공깃그릇에 고봉으로 담아 두 그릇을 먹었다. 반찬은 김치 한 보시기면 충분했다. 추석을 맞아 아들이 맛있게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하루를 보낸 뒤였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즐거워할 아들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을 것이다.

  

아들과 손주, 손녀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밥상 위에는 왁자짂껄 할 것이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던 소리, 전이 노릇노릇 익던 모습, 옹기종기 앉아 재잘거리던 목소리. 밥상은 음식을 다 먹었다고 곧바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어린 시절 추석 준비도 떠오른다. 어머니는 짚에 기왓가루를 묻혀 놋그릇이 노랗게 빛날 때까지 닦으셨다. 부엌 천장과 벽의 그을음을 걷어내고 고방을 정리한 뒤에야 차례 음식을 준비하셨다. 추석 전날 밤이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농담이 오갔고, 먼저 떠난 당숙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린 내게 밥상은 음식을 먹는 자리이면서 가족의 기억과 삶의 태도를 배우는 자리였다.

  

전시를 보며 밥상 하나가 도서관 못지않은 배움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쌀을 길렀는지, 누가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었는지, 함께 먹을 사람을 위해 누가 기다렸는지. 한 끼에는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손길이 담겨 있다. 김지하 시인의 「밥이 하늘」이 전하는 나눔의 뜻도 그 앞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요즘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밥을 차리고 치우는 수고가 누군가 한 사람에게 쏠려서도 안 된다. 서로 일을 나누고, 잠시라도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추석 밥상에서 아이가 오래 기억할 것은 상에 오른 음식의 가짓수보다 함께 웃고 대화한 시간일지 모른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그 평범한 밥상의 힘을 다시 배웠다.

  

참고문헌

곽경자. 2026. 전남 전통 막걸리와 식초, 담양에서부터 기록하다.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9.15). 

곽경자. 2026. 전통 토하젓에서 찾은 K-발효의 미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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