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농업 현장에서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품종 보급, 재배기술 교육, 생산시설 현대화, 공동선별, 포장재 지원, 브랜드 육성, 온라인 판매와 수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농산물이 산지를 떠나는 순간까지 상당한 행정력과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런데 농산물이 산지를 떠난 뒤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생산자는 출하했고, 산지유통시설은 선별과 포장을 마쳤으며, 행정기관은 지원사업을 집행했다. 여기까지 오면 하나의 사업이 완료된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농산물의 가치는 소비자가 구입하거나 선물로 받아 포장을 열고, 조리하고, 먹어 본 뒤에 비로소 평가된다.
필자는 최근 추석 명절에 썩은 배가 들어 있는 어느 지역의 배 선물세트를 접했다. 포장 상자에는 해당 지역 지자체장의 품질인증 표시가 있었다. 이 배는 지자체가 품질인증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인증 행사를 개최하는 등 지역의 우수 농산물로 적극 홍보해 온 상품이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상자를 열어 보는 현장에서는 부패한 배가 확인됐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에 알리고 어떤 절차로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안내도 찾기 어려웠다. 품질인증 이후 소비 현장에서 상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 발생에 대응하는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남광주는 쌀, 배, 사과, 포도, 딸기, 토마토, 양파, 마늘, 고구마, 버섯, 차, 축산물, 수산물과 각종 가공식품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농수산식품이 매우 다양하다. 지역 이름을 붙인 공동브랜드도 많고 지방자치단체가 품질 향상과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상품도 많다. 이런 상품들이 백화점과 대형 마트, 직거래장터, 온라인 쇼핑몰, 택배를 통해 전국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생산지에서 출발한 농산물이 실제 소비지에서 어떤 상태로 판매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도 농업정책의 한 과정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지역 농산물이 많이 판매되는 수도권이나 주요 도시의 유통 매장에서 일반 소비자와 같은 조건으로 상품을 직접 구입해 보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해 배송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상품의 외관과 신선도, 손상 정도, 맛, 표시 사항 등을 살펴보고 가격에 걸맞은 품질인지 점검할 수 있다. 명절 선물 세트라면 유통과 보관을 거쳐 선물을 받는 시점까지 상품성이 유지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생산자나 유통업체에 미리 알리고 준비된 상품을 점검하는 방식보다 실제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확인해야 소비자가 접하는 품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소비 현장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생산 농가, 수확 시기, 선별장, 저장 조건, 포장일, 출하처와 운송 과정 등을 추적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선별 과정의 문제라면 선별 기준을 보완하고, 저장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저장 관리 기술을 개선하며, 운송 중 손상이 반복된다면 포장과 배송 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의 좋은 평가도 품종 선택과 재배, 선별, 포장 및 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소비 현장에서 얻은 정보가 다음 생산과 유통에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품질인증이나 지역 공동브랜드가 표시된 농산물은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생산농가나 선별·유통 과정을 일일이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명과 인증 표시, 브랜드를 믿고 상품을 선택한다. 따라서 인증 상품이 시장에서 어떤 상태로 판매되는지 확인하고, 소비자 불만을 접수할 창구와 처리 절차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반복된다면 인증 기준이나 선별·저장·유통 과정도 다시 살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어야 품질인증과 지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농업정책에서도 생산량과 출하량, 매출액과 수출액 같은 성과와 함께 소비지에서 나타나는 품질과 소비자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업기술과 정책의 성과가 실제 상품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소비자의 평가를 다음 생산에 활용하면 품종과 재배 기술, 수확 시기, 저장, 포장, 유통 방법을 더욱 세밀하게 개선할 수 있다.
전남광주에서 정성껏 생산한 농산물의 최종 목적지는 소비자의 식탁이다. 산지에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제대로 선별·포장하는 노력과 함께 소비자가 실제로 받아보는 상품의 품질까지 살피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소비지에서 얻은 정보를 다시 생산과 유통 현장에 반영하는 순환이 자리 잡을 때 지역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브랜드쌀, 지역 밥상과 연계되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7.31.)
허북구. 2026. 전남 브랜드쌀, 광저우 박람회보다 지역 식당이 먼저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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