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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키는 힘, 청 춘
  • 기사등록 2012-01-31 10: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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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에는 최초의 태동이 있으면 성숙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황금기에 이르고, 한고비 넘어 돌아 쇠퇴의 길을 거쳐 급기야 소멸의 과정에서 제 각각의 인연을 해소하여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자연의 이법이고 우주의 질서이지만 한번 태동한 개체는 이러한 진리의 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명백함에도 마치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평범한 현실을 은연중 외면하기도 합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대변하는 청년기에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생식선이 자극을 받아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면서 생식기능이 성숙해가는 징후를 보이면서 활기찬 동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때 모든 개체는 자신이 존재하는 순간의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도 모를 정도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면서, 스스로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격정적인 감흥을 이겨내지 못하여, 객관적으로 불안정한 진동을 감지하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돌출하는 정서들을 이끌어 갈 정신적인 소양이 함께 성장하여야 하는데, 사실은 도약하는 동력에 비하여 이성이 정돈해가는 과정이 뒤늦게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청춘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볼록렌즈에 평범한 빛을 모아 한곳에 쪼이면 어느새 발화과정을 거쳐 커다란 불꽃이 일어나듯이, 청춘의 힘을 한곳에 모으다 보면 이루지 못하거나 극복하지 못할 장애물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산하기도 합니다.

자유당의 독재정권을 향하여 과감하게 맨주먹으로 돌진한 4. 19혁명이야 말로, 청년 학도들의 순수한 힘으로 역사의 물꼬를 건전한 방향으로 틀었던 극적인 순간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로써 청춘들의 작은 힘을 모아 독재를 타도하고 새로운 민주정권이 태동하는 쾌거가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실현 되면서, 이후로 전 세계 도처에서 학생운동이 유행병처럼 퍼져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5. 16혁명을 거치는 동안 또 다른 세력에 의하여 자행된 18년여에 걸친 장기적인 군사독재와 3선 개헌에 항거하여, 서울의 봄을 불러들인 일도 피 끓는 청년 학도들을 포함하여 나이를 잊었던 진정한 청춘들의 후원과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한 것입니다.

앞으로 지구촌에 펼쳐지는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성숙과정을 거쳐 가면서 이따금 격변의 현장이 닥치더라도 알게 모르게 청춘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정열에 의하여 주도되는 새로운 역사의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보여 집니다.

반면에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69)의 와중에서 주역을 맡았던 홍위병들은 정돈된 논리를 앞세워 새롭고 건전한 질서를 요구한 점보다는, 기존의 것을 통째로 부정하고, 기성세대를 적으로 삼고, 명. 청 시대의 유물은 모두가 타파되어야 할 산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을 말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홍위병들은 누군가의 의도적인 각본에 움직이는 대리자로서, 총칼로 무장한 채, 가차 없이 기존의 질서를 즉흥적으로 파괴하는 일을 벌려 청춘의 순수함을 잃었던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청춘의 진동이 방향을 잃고 강렬하여 질서를 파괴하는 동안 생각지도 않았던 아픔과 커다란 피해가 따르게 되는데, 때로는 산고의 진통과도 같은 처절한 상처와 피를 부르기도 합니다.

보이지도 않는 또 다른 부조리가 발생하기도 하고 무심코 휘두른 칼날아래 누군가에는 천추의 한을 남기는 불행이 따르기도 합니다.

청춘이 강력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게 보이는 것은 진정으로 때 묻지 않은 의식이, 깊은 산속 보이지 않는 풀숲에 숨어있는 옹달샘과 같이 맑고 시원한 샘물을 쉴 새 없이 분출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생살이에는 물레질이나 뜨개질에 있어 한 땀 또는 한 코로부터 시작하여 쉼 없이 더해져 반복되어 쌓여가는 업보에 의하여 한편의 역사로 전개될 것이며, 여기에 보태어지는 바느질은 한층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해 갈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마음이 백지장이나 다름없는 깨끗한 화선지로 일체의 오염된 부분을 찾아 불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인생의 먹으로 붓을 놀려 뜻대로 그리다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한 폭 자화상이 되어갈 것입니다.

무상한 세월이 흘러가면서 사람에게 찾아오는 인고의 빛과 그림자는 삶의 한편을 장식하면서 주름살의 깊이와 길이를 더하여 보이지 않는 쇠퇴의 길을 걸어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어느 가을날 청량한 하늘을 배경으로 사과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검붉은 사과를 보고 사람들은 참으로 잘 익었다는 상념에 잠기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고의 세월을 짊어지고 은은하게 퍼지는 인간의 향내를 발산하면서 흘러가는 구름 따라 늙어가는 인생살이를 바라보며 참으로 잘 익어 간다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가슴을 메마르게 하여 청춘을 잃어버린 때문일 것입니다.

청춘을 스스로 보내 놓고 애타게 뒤 돌아 보며, 손 모아 지나간 날들의 추억을 부르지만 말고, 내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청춘의 편린 한 조각이라도 애써 불러내어 뒤늦게라도 미친 듯 향유해 보는 것입니다.

청춘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가슴에서 일어나는 뜨거운 감흥으로 개체가 어느 시점에 자신의 개성을 소중하게 함축하였다 한꺼번에 분출 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청춘의 힘은 산과 바다를 울리는 폭포와 같기도 하겠지만 이성은 칼처럼 예리하고 저울처럼 냉정해야 할 것입니다.

불의를 향한 포효에 있어서는 사자후와도 같아야 하겠지만 청춘의 강한 발동에 의하여 정의와 사랑이 짓밟히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포탄과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정의라는 이름의 깃발을 세우는 용맹이 있다 할지라도, 즉흥적인 판단으로 선과 악의 분별에 있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약동하는 청춘이 신체적, 정신적인 우월감을 내세워 약자의 아픔을 못 본 채 하며 상대방에 쓰라린 추억을 남기게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쉽게 하는 발걸음이나 뜀박질이 연약한 아녀자나 노년기의 사람들에게는 벅찬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작 힘들고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모두를 가슴에 안고 고난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엄청난 활력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 있어 해마다 찾아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은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다양하게 해줄 것입니다.

지금은 이름 없는 산곡이나 개울에 어김없이 얼음이 꽁꽁 얼어붙어 우리의 귀와 볼을 시리게 하고 있지만, 얼음장 밑에서는 새봄을 예약하는 연약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눈으로 덮어쓴 광야에 서리가 내려 발톱을 세우면서 생명의 흔적이 요원한 것 같아도, 동토의 척박함 밑에서는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생명들이 새 봄을 기다리며 나날이 생동해오고 있습니다.

모든 밭작물이 매 말라 갈색으로 펼쳐지고 있는데도, 매서운 한기를 가슴에 안고 보리는 날마다 자신의 능력을 한 치씩 키워 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나뭇가지는 그야말로 황량한 대지에 깨 벗은 채 고 단한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삭풍에 시달리면서도 지나가는 바람의 힘을 조금씩 보태어 잎눈과 꽃눈을 번갈아 틔우고 있습니다.

개울가에서 호흡도 멎어버린 듯하고 혹여 얼어버린 것으로 비치는 버들가지 줄기에는 어느새 새물이 차올라 있으며, 솜털은 눈에 띠게 자라나 있습니다.

얼어붙은 개울물 속, 돌 더미 밑에는 개구리가 고난의 세월을 버티며 새로운 봄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리산의 깊은 산곡 굴속이나 나무 둥치의 구멍 속에서는 곰이 마지막 겨울잠의 숨결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온 세상, 눈으로 덮어버린 속에서도 꽃잎을 피운 매화를 ‘설중매’라 하고, 어린 녹차의 잎을 따서 모은 정성들을 또한 ‘설록차’라 하는데 그 의지가 과연 놀라울 따름입니다.

새해가 되면 늘 조카들 잇몸에 돋아나는 새 이빨을 보고 야릇한 희망을 느끼고는 하였는데, 앞으로는 손주 녀석들 이빨을 더듬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 임에도 온갖 사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당당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이세상의 만물에 내포된 보이지 않는 청춘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춘은 그 강력한 힘으로 언젠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이키는 성스런 작업을 마다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의 물꼬를 돌이키는 것은 기존의 모든 질서를 깨뜨리고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구태의 부정을 넘어서 새로운 역사를 당당하게 올바로 세우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태고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져오는 정통한 역사를 말살시키고, 자신만의 역사를 남기려는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분서갱유’라는 희대의 사건을 저질러, 수많은 현자와 인류의 정신적인 양식이 되는 헤아릴 수 없는 기서들을 한낱 재로 만들었던 어리석음을 보였습니다.

진실로 숭고한 현세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무한한 정신세계의 진전을 통한 혼백의 영생을 누리는 기쁨을 저버리고, 생사의 문제를 거슬러 물질의 영생을 추구하는 불로장생탕을 과용함으로, 하늘이 맡겨 놓은 천수에서 수은중독에 의한 수명을 오히려 10여년 먼저 단축 하였으며, 그가 폭력으로 세운 나라의 역사는 고작 15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인간에 있어 상생의 역사를 설파하였던 현자들의 가르침이 대를 잃어버려 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지면서 이후 전쟁이 멈출 줄 모르고 피를 부르는 참화와 아비규환의 형국을 연출하였던 것입니다.

진시황의 혼백은 아마 지옥 불에 떨어져 지금도 후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느껴집니다.

우리사회에 한사람 또는 극소수의 영화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수도 없는 사람들의 생명 고혈을 짜내는 부조리는 이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영원히 추방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금이야 말로 맑은 하늘과 깨끗한 바람과 아름다운 숲에서 참으로 진솔한 대자연의 정기를 마셔, 후회도 아쉬움도 없는 세상의 역사를 돌이키는 청춘의 힘을 마음껏 발휘해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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