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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 빈숲에서 조기호 2023-01-18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깊은 산

벌거벗은 나무숲을 지나며 나는 생각한다.

 

남김없이

이제는 다 떨어버리고

더 말라버릴 것도 없는

늙고 야윈

상수리나무를 만나거든 나는 일러 줄 것이다,

주는 것이란

온전히 채울 수 있는 기쁨이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의 뿌리가

뻗어갈 곳 없는 언덕에 올라서서

날마다 해를 따라 목덜미를 옮겨가며

마음을 찢고 함께 울던 새들에게도

 

나는 일러 줄 것이다.

주는 것이란

끊임없이 채워야 하는 또 하나의 울음이라는 것을

 

채찍의 자국만이 선명한

이 숲의 나무껍질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는

살이 벗겨져나가도록 몸부림하여도

다 주지 못하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목이 메도록 울부짖어도

아무도 모르는 눈물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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