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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면서 모은 폐휴지 팔아 모은 32만원, 장학금에 써주세요.”
  • 기사등록 2013-10-15 20: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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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 나주시 노안면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유향숙(56세, 목포제일정보중학교 3학년)씨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한다. 이런 새벽에 나가야만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청소를 끝마치기 때문이다.

나주시 금천면 혁신도시에는 건축사무실들이 여러 곳 있다. 한 2년 정도 아파트가 완성될 때까지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유 씨는 이런 건축사무소 3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한다.

그녀가 45살 때 남편은 어린 3남매를 남기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남편을 보내고 나니 정신 차릴 틈도 없이 그녀가 해결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특별조치법에 의해 20년마다 한 번씩 땅 소유등기를 할 수 있는데 시아버지와 남편이 일찍 돌아가신 상황에서 집안의 작은 아버지가 땅을 이전해 갔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그녀는 아는 것이 없고 힘이 없어 그대로 고스란히 땅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몇 년에 걸친 재판을 통해 많은 땅이 넘어가고 변호사 비용은 그녀의 몫이 되었다.

이 일 후 그녀는 배움에 한이 되었다. 배우지 못했기에 당한 일들이 너무나 억울해서 뒤늦게나마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1, 중2, 고1의 자식들을 어떻게든 교육시켜야했다. 그녀는 새벽 4시 30분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억척스런 아줌마가 되어 자식 두 명은 대학을 졸업시켰고 현재는 자식 하나만을 대학교에 보내고 있다.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한 유 씨의 하루는 차례차례 사무실 세 곳을 돌며 청소를 하는 것으로 오전을 보낸다. 그리고 트럭을 몰아 목포제일정보중학교에 등교하여 공부한다. 어쩔 때는 생활이 어렵다보니 기름값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배우지 못해 당한 일들이 있기에 배우기를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유 씨는 어떻게든 배우고 싶었지만 배움의 방법을 몰라서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남편과 사별하고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배워야겠다는 욕망은 오히려 커졌다.

지금 어른들이 공부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왠지 모를 당당함이 생겼다. 청소를 하면서도 미래가 있는 것처럼 힘이 난다. 남들이야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에 즐거움이 생겼다. 같은 반 친구들이나 언니들과도 친해져서 진실이 통하는 것을 느낀다.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도 다른 사람의 배밭에서 배를 트럭으로 운반해 주는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 거의 밤 12시다. 집안 청소를 할 시간이 없어 늘 자식들한테 미안하다. 그렇지만 그는 배우는 것을 포기할 수가 없다.

사무실을 청소하다보면 의외로 폐휴지가 많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나도 무엇인가 남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월급 외에 버는 돈은 장학금으로 쓰고 싶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 가끔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내생활이 어렵다보니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 큰 마음 먹고 32만원을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나보다 더 어려운 학생들, 내 자식보다 더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적지만 크게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폐지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드리고 나니 이제껏 몰랐던 기쁨과 보람이 몰려왔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의외로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역시 배움은 실천하는 힘이 있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배울 수 있을 때,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절대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편과 사별한 자리가 크고 험하지만, 배움을 통해 그녀는 오늘도 당당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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