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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내환, 의원직 사퇴? 또 쇼인가?
  • 기사등록 2014-03-17 0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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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안철수 신당 소속으로 전남 지사직에 도전한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민주당 전남지사 예상 후보들에게 의원직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 전 군수는 지난달 5일 ‘의원직 사퇴? 또 쇼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어차피 (중앙당이) 사퇴를 막을 것을 뻔히 알고도 `사퇴하겠다'고 억지 춘향식 꼼수를 부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의원직 사퇴를 거론한 민주당 예비후보들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어 "전남도지사에 나오려는 민주당 몇몇 의원도 결국은 당이 의원직 사퇴를 막을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이다"면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민주당의 외침이 실상은 공허한 메아리임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꼴이다"고 주장했다.

이석형 안철수 신당 전남지사 예비후보의 요구에 응한 듯이, 이낙연 의원이 지난 12일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오는 20대 총선에서 현재의 지역구(장성, 영광, 담양, 함평)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사직 출마에 전념하려는 자신의 결단이 진정성 있음을 입증하려는 공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의원직 상실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이낙연 의원은 "국회의원직 사퇴서는 비회기 중 국회의장의 허가만 있으면 곧바로 수리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말대로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당장 사퇴를 허가할까.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회의장은 만류할 것으로 예상하는 게 일반적 견해다.

지방선거에 나선 국회의원 중에는 새누리당 현역도 다수 포함돼 있으므로 결코 이 의원 소속인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자체에서도 이를 수용할 리 없다.

김한길 당 대표가 최종적으로 (경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퇴하지 말라고 입장표명을 했다. 사무총장도 서면으로 의원들에게 사퇴하지 말 것으로 요청한 바 있다. 따라서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이미 만류했다.

이낙연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버리겠다고 선언하고 실제 행동을 보임으로써 미래 정치 일정에 호기심이 간다. 그의 희망대로 전남지사 경선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당선된 것이므로 자연스레 국회의원직은 반납하게 된다.

그와 달리 경선에서 질 경우 의원직사퇴를 끝까지 고집하고 야인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수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래의 정치 일정에 다른 청사진이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사퇴에 대한 진정성을 떠받드는 근거다.

지사 도전에 실패하고 그의 공언대로 의원직을 끝까지 버린다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그가 야인으로 묻혀 살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되레 모종의 정치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길은 무엇일까. 역시 국회 의원직이 아닐까. 이러한 추리는 현직을 버리겠다는 공약과 함께 제시한 현 지역구 출마 포기에서 출발한다.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영광, 장성, 담양, 함평에서는 앞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므로 국회 선출직을 원한다면 다른 지역구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의 미래 희망지역구는 서울이 점쳐진다. 4선 중진인데다 사무총장 등 당 요직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서울 출마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비칠 수 있다. 그와 비슷한 사례가 김효석 전 의원이다. 장성, 담양, 곡성 지역구에서 3선을 한 김 전 의원은 19대 때는 이곳을 떠나 서울에서 출마했다가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에게 패했다.

이처럼 중앙무대에 설만큼 중량을 갖추었으므로 전남 지사직에 도전하면서 과감하게 비치는 특단의 제스쳐를 계산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런 퍼포먼스는 의원직을 버리라는 요구를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앞날의 정치 비전도 챙기는 2중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이석형 예비후보가 지적한 것과는 달리 의원직 사퇴가 또 쇼가 아닐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면 나머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마지못해 사퇴 선언이라도 한번 또는 한 번 더 하지 않을까. 경선 확정하기까지 의원직을 사퇴하지 말라는 중앙당 방침을 되뇌며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정도로 ‘사퇴 쇼’를 하는 것이다. 이석형 예비후보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가정이다. 그들은 중앙당의 방침을 내세우지만, 자신들의 정권욕 발로임을 유권자들은 잘 안다.

이와 비교하면 이낙연 의원의 결단은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 정권욕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보면 광주일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이낙연 의원의 아이큐가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준 기회이기도 하다.

이낙연 의원이 어떤 배수의 진을 깔고 있던 그의 결단에 대해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진정성을 각인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실질적으로 그의 배경을 분석해 봐도 사퇴 선언을 부정적으로 공개 질타할 수는 없다. 그런 이 의원에게 동료의원을 비판했다고 해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김영록 의원은 박지원 의원이 전남지사 직 도전을 안겠다고 선언하자 이낙연 의원에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공개 질타했다. 박지원 의원을 비난한 데 대한 반응이지만 박 의원의 사퇴와 맞물려 김 의원의 주문은 유치해 보인다.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당의원들은 이낙연 의원의 결단에 동참하라는 지역민의 명령 같은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의원직을 내던지지 못할 바에야 이 의원을 향해 내흔들었던 손가락질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쇼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호남일보 칼럼[길내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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