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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믿어주시는 선생님
  • 기사등록 2014-09-29 21: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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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숟갈만 더 먹자. 오늘은 김치도 잘 먹겠다고 했지?”

유치원 선생님이 반찬을 얹어 주시면서 아이를 달래신다. 아이는 밥을 받아먹고 조금 오물거릴 뿐 씹어서 삼키지를 않는다. 바라보는 내가 안타까워서 밥맛이 사라진다.

선생님은 점심을 드시는 둥 마는 둥 하시면서 끝까지 먹이신다. 이 아이 외에 또 두어 명이 선생님의 애를 닳게 한다. 선생님은 점심을 드시는 둥 마는 둥 참고 기다리시면서 점심을 다 먹이신다.

이랬던 아이들이 2학년 쯤 되면 교장실에 와서 의젓하게 차를 우리고 찻상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간다. 학생들의 미래를 보는 선생님들은 그래서 학생을 믿고 참고 기다리시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성장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을 주신 선생님을 평생 기억하고, 선생님의 가르침과 말씀대로 자라난다.

티베트 속담에 훌륭한 스승을 모시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데는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교육의 공이 크다. 이는 세월호 참사 때에 제자들을 위해서 목숨까지 희생하신 선생님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내게도 특별한 선생님이 계셨다. 내가 총각인데, 홀어머니를 모시고 동생들과 조카들을 책임져야 하는 형편을 아시고, 아버지처럼 이끌어 주시고 다독여 주셨다.

내가 힘들 때마다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신 덕분에 희망을 갖고 씩씩하게 살 수 있었다. 가만히 보니 우리 선생님은 나 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하신 미소 가득히 온정을 베풀고 계셨다.

더구나 우리 선생님은 역학에서도 호남의 대표가 되실 만큼 실력자셨고, 연로하신 데도 더 깊은 완성을 위해서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셨다.

그러니 자연히 내 가슴속에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으로 북극성처럼 자리를 잡으셨다. 스승의 날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를 불러줄 때마다 우리 정찬유 선생님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분에게 내가 선생 임을 밝히면 아주 반가워하시는 분이 있다. 이분은 나처럼 어떤 훌륭하신 선생님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반짝이고 계실 것이라고 믿어진다. 부모님 같은 선생님 덕분에 행복하고 성공했으니 다른 선생님도 자기 선생님과 동일 시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분은 선생님께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벌을 과도하게 받았거나 아니면 선생님들이 자신에게 무관심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들이 있는가 하면, 제자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준 경우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되새겨 보니 그 당시에 생각이 짧았거나 경험이 부족해서 저지른 실수가 아픈 상처로 새겨져 있다. 이런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평생 그늘로 남아있다. 진솔하게 사과를 할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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