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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고라니 시인 학생
  • 기사등록 2014-11-13 0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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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보성지부장
어렸을 때의 특별한 경험은 평생 동안 영향을 줄 수 있다.
  1학년인 고라니 시인 학생에게 아주 특별한 분이 찾아오셨다. 복내면에 사시는 이찬식 사장님이시다. 이 사장님은 보성삼베랑의 대표이시다. 
  다향보성신문에서 고라니 시인 학생의 기사를 읽으시고, 이 학생을 격려해 주시기 위해서 일부러 학교를 찾아오신 것이다.
  이 학생은 학년 초에 ‘고라니’라는 시를 잘 써서 칭찬을 해주고, ‘고라니 시인’이라고 불러 주었었는데, 전남문인협회에서 주최한 농산어촌 백일장에서 ‘꿈을 보는 텃밭’이라는 시를 써서 대상을 받았었다.
  이 사장님은 학생에게 주시기 위해서 보성읍의 서점에 가셔서 동화책을 두 권을 사가지고, 택시로 오셨다. 편지도 써 오셨다. 학생과 할아버지는 교장실에서 만났다.  
  “너의 시가 참 좋았다. 시골 학교 1학년이 어쩌면 그렇게 시를 잘 썼는지 칭찬을 해 주고 싶어서 할아버지가 왔단다.”
  어린 학생은 난데없이 낯선 할아버지가 찾아 오셔서 칭찬을 해 주시고, 선물 까지 주시니 당황해 한다.
 “할아버지도 시인이 되고 싶은 적이 있었거든. 시인의 마음으로 살면 아주 행복할 거야.” 그러시면서 편지를 내어 주신다.
  내가 궁금해서 학생에게 부탁을 했다.
  “어디 할아버지 앞에서 편지를 읽어 볼래?”
  아이는 편지를 또박또박 읽는다. 할아버지는 친손자를 보시는 듯 다정하고 인자한 미소를 함박 머금고 고라니 시인을 바라보신다. 편지의 내용은 큰 꿈을 갖고 지금처럼 시를 꾸준히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편지를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잘 쓰셨다.
  “나도 너의 아빠처럼 젊어서부터 고향으로 내려와서 농사를 지었단다. 여러 가지 농사를 궁리하면서 열심히 했지. 지금은 삼을 심어서 삼베를 만들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크고 앞서가는 삼베 공장을 하고 있단다. 혹시 시간 있으면 놀러 오너라.”
  고라니 시인이 알아먹게 차분히 쉬운 말로 설명을 하셨다. 학생은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밝게 웃는다.
  “이제 교실로 돌아가거라.”
  내 말을 듣고, 할아버지께 공손히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꼬마 시인을 격려해 주시기 위해서 복내에서 보성읍으로 가셔서 동화책을 사가지고 다시 문덕으로 택시로 오신 정성이 너무나 감사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사장님은 참깨 농사 등 여러 가지 농사를 혁신적으로 해 보신 경험이 풍부하셨다.
  지금은 누구나 그렇게 하지만 이 사장님이 밭에다 비닐을 깔고 구멍을 뚫는 다음에 깨를 세 알씩만 넣어서 심을 때 모두들 이상하게 보셨단다. 깨를 말릴 때도 열매들이 땅을 보도록 시렁에다 매달았단다. 그러면 깨 열매가 벌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떨기도 아주 쉽단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던 이웃 사람들이 이 사장님이 깨 수확을 다른 사람들보다 세 배 정도 하자 다음엔 따라서 했다고 한다. 나는 고라니 시인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이 사장님의
허락을 받았다. 손전화 번호를 알려 드리면서 대화를 해 보라고 권했다.  아이로 인해서 두 분의 교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중에 보성읍 서점의 사장님을 통해서 이 사장님이 독서를 아주 많이 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장님은 독서를 통해서 큰 지혜와 사랑을 갖게 되신 것 같았다.
  고라니 시인이 어른이 된 먼 훗날, 자기도 이 할아버지처럼 어떤 아이의 가슴속에다 평생 힘이 될 밝은 촛불 한 자루를 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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