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촛 불
  • 기사등록 2016-12-24 10:27:54
기사수정

어머님

이토록 지극한 밤,

진눈깨비 천방지축 흩날리는데

무슨 연유로 촛불을 켜셨나요.

자식들 걱정에 잠 못 들것이면

이제는 바람에 부대끼는

불꽃만 지키면 될 것인데도

무슨 사연으로 또 하나의

심지에 불을 당기셨나요.

 

 

구십에 바라보는 세상의 진실이

아직도 미덥지가 못하신다 하고

아들의 하루와 어머님의 하루가

아무리 똑같다 할지라도

추위를 머금고 애써 일어서는

저토록 가냘픈 촛불은

진정,

누구의 밤을 지키는 불길 인가요.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처럼

이 세상의 애달픈 사연들 보듬어

쓰린 가슴의 회환에 못 이겨

서럽게 새겨가며 흐느끼면서

나머지 자손들이 머무는 공간에

희망의 새싹 한 톨 남겨둔 채,

만약 어머님께서, 불현듯

세상을 버리시려 할지라도

깨끗한 나라의 혼백으로, 정녕

죽어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니 신가요

어머님의 자식 중에 그 하나가

나머지 형제의 피 고름을 빨아 재끼면

어머님은 갈고리로 변해버린 손가락에

해진 고무신짝 걸어 싸대기를 후려치며

그만큼 서로 잘살라고 했어도

욕심이 하늘에 닿았으니

하늘이 둘로 갈라지던지

땅이 스스로 꺼지는 날만이

서러운 우리의 숙명이라고

가슴 치며 통곡하고 말 것 인가요.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18245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 노고단에 핀 진달래
  •  기사 이미지 보성군, 연둣빛 계단식 차밭에서 곡우 맞아 햇차 수확 ‘한창’
  •  기사 이미지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