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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로잡은 디자이너 소니아 윤 - 종이접기하던 솜씨 디테일로 살아났죠!
  • 기사등록 2009-04-15 2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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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 36번가 스카이라인 갤러리 무대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서 패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쇼윈도의 마네킹마냥 시선을 고정한 모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무대는 모델들이 워킹을 하는 전형적인 패션쇼가 아니라 정지된 포즈로 옷을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 무대 아래가 분주해졌다.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고,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은 투자 가능성을 점치느라 무대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패션에 민감한 뉴요커들은 이번 시즌 유행을 머릿속에 그렸다. 이들 사이를 바삐 오가던 소니아 윤(28·한국명 윤현정)의 얼굴에 생기 넘치는 미소가 돌았다. 이렇게 뉴욕 패션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열린 ‘벤소니(Bensoni)’의 첫 프레젠테이션은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12월 소니아 윤은 제일모직이 매년 국제무대에서 떠오르는 한국계 신인 디자이너를 뽑아 지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됐다. SFDF는 한국 패션의 국제 위상을 높이기 위해 2005년 만든 제도. 소니아 윤은 SFDF 지원금으로 벤소니의 첫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기회로 벤소니는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벤소니는 한국의 여성 디자이너 소니아 윤이 미국 동업자 벤저민과 함께 2007년 함께 만든 여성복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도 두 사람의 이름을 합성해 만들었다.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패션계에서 벤소니는 첫 걸음부터 한마디로 ‘대형 사고’를 쳤다. 벤소니의 고급스러우면서 현대적인 의상은 인기를 끌었고 미국 현지뿐 아니라 일본, 중동 지역 수출로 매출 1백만 달러를 올렸다. 뉴욕 현지 언론도 벤소니에 대해 “문화적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일으키는 스파크가 아름답고도 강렬하다”고 호평했다.

소니아 윤이 디자인한 옷을 입는 고객 중엔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와 차세대 청춘스타인 레이첼 빌슨 같은 유명인도 많다. 벤소니의 옷을 입은 스타의 파파라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벤소니의 몇몇 제품이 동나기도 했다.

“이른바 명품은 일반인이 사기에 부담스러워요. 여기에 대안이 되는 것이 신인 디자이너의 고급스러우면서 현대적인‘하이 컨템퍼러리(High Contemporary) 브랜드’입니다. 명품 옷 절반 값에 젊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의 개성 넘치는 옷을 살 수 있거든요. 이것이 벤소니의 인기 요인인 것 같아요.”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고객

소니아 윤은 일곱 살 무렵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후 중학생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선화예중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1997년 가족과 함께 미국 뉴저지로 이사한 그는 2년 뒤엔 뉴욕 명문 파슨스 디자인스쿨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파슨스 재학 시절 뉴욕 고급 백화점인 삭스 피프스가 실시한 유니폼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에게 이런 패션 감각을 다져준 건 한국에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제가 어릴 때 그림을 가르쳐주셨어요. 정말 세련되고 멋있는 분이셨죠.”

파슨스 디자인스쿨 1학년 때 만난 벤저민은 소니아 윤에게 좋은 친구이자 1, 2위를 다투는 경쟁 상대였다. 졸업 작품전을 같이 준비하며 두 사람은 서로 훌륭한 동업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소니아 윤은 “한국 여성으로서의 조신함과 차분함이 자유분방한 크리에이터인 벤저민과 조화를 이루면서 오늘에 이르는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벤저민은 모든 면에서 나와 반대예요. 하지만 그 반대되는 요소 덕분에 더 조화로운 파트너십이 가능한 것 같아요. 우리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요. 충돌이 생기면 타협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 점 때문에 우리는 항상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요.”

동양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 창의성과 전통, 여성미와 남성미. 상반된 두 가지 요소는 두 사람의 파트너십을 통해 벤소니의 독특한 분위기로 재탄생했다.

소니아 윤이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을 하면 이성적인 벤저민이 상업적인 감각으로 다듬었다. 벤저민이 실용적이지만 심플한 디자인을 하면 소니아 윤은 감각적인 디테일을 더했다. 디테일에도 그의 한국적인 색깔이 묻어난다. 그만의 ‘색깔’은 바로 종이접기에서 비롯됐다. 한 장의 종이를 가위질이나 풀칠 없이 접기만으로 모양을 만드는 종이접기가 디테일의 한 부분이다.

“어릴 때 종이접기에 푹 빠졌어요. 옷을 디자인할 때도 종이접기를 하던 그때가 많이 생각나죠. 자연스럽게 옷의 디테일한 부분에도 종이접기를 적용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에도 ‘벤소니’ 선보일 것

소니아 윤의 하루는 오전 9시 사무실에 출근해 e메일과 뉴스를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후엔 대부분 자료를 조사하거나 의상 디자인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짬이 나면 근처 갤러리나 브루클린과 맨해튼에 있는 벼룩시장을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꿈을 꾸고 있다.

“벤소니를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 거예요. 남성복, 액세서리, 핸드백, 슈즈 라인, 인테리어 디자인, 자동차 등 모든 라이프스타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벤소니 사업을 다지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싶어요.”

그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벤소니를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적인 문화 배경이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뉴욕 패션 무대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소니아 윤. 그는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꿈을 크게 품으라고 당부했다.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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