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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간은 망각(妄覺)하는 동물
  • 기사등록 2018-01-31 18: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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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 미시건주 그랜드 래피즈라는 작은 도시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비바람이 심하게 불던 아침, 학생들이 한 장소로 집결했다. 지하실로 먼저 온 학생들은 가운데 놓여있는 TV를 통해 태풍의 강도와 진행방향, 주의사항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며칠 후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이동해 건물을 빠져나갔다.

 

알고보니 학교에서는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기숙 학생들을 지하실로 대피시켜 안전을 확보하고 인원을 점검하는 것이었고, 매월 정기적인 소방훈련(Fire Drill)으로 평소 사용하지 않는 출구를 통해 피난훈련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대피와 피난훈련은 싸이렌 취명의 반복으로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 외에는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미리 약속된 행위의 이행뿐인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화해 가는데 변화의 큰 축은 발달과 학습이다. 이 중 ‘학습’은 경험에 의한 것으로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장기간 외국에서 거주하다보면 외모나 행동이 현지인과 비슷해지는 것에서 경험의 위력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훈련과 교육을 통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유발시키려고 노력해왔고, 지역행사장이나 축제현장에서 체득기회를 부여함으로서 학습효과도 배양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화재사고는 안전관리도 문제였지만 건물주나 관리자의 의식도 한몫했다. 제천 복합스포츠센터의 경우에는 유사시 탈출로로 이용될 비상구가 장애물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도 쉽게 찾아야 할 비상구가 엉뚱하게 제한구역인 수술실안에 있었다. 안전관리자의 교육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

 

법규에서 정한 시설은 용도와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하고 유지·관리되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사항을 문서화한 법규는 우리 모두의 약속이며 미이행시, 강제하는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즉, 소방시설법에서는 피난시설, 방화구획 또는 방화시설을 폐쇄·훼손·변경 등의 행위를 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비상구를 사용할 수 없게 하거나, 계단, 복도(통로) 또는 출입구에 물건을 적치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해 사용할 수 없게 한 위반업소를 신고한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편, 방문, 전화, FAX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한 신고도 가능하지만,「신고포상제」가 자주 활용되기를 바라는 도민은 없을줄로 안다.


언제까지 안전의 중요성은 멀리하고 생활의 편리성만을 추구하다 대형인명피해를 방치할 것인가 !

 

“비상구는 생명의 문”, 상식이지만「비상구 신고포상제」를 통해서 도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서 사람은 망각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 <강진소방서장 박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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