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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공부순이었다. - 유승호 교수(강원대 영상문화학과)
  • 기사등록 2009-06-06 08: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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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하버드대 의대는 각별히 똑똑하고 야심차고 적응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뽑아 \'잘살고 잘늙는 삶의 공식\'을 추적해왔다. 절반은 세상을 떴고 1967년부터 연구를 이끌어온 조지 베일런트 교수도 75세가 됐다. 이번 하버드의대의 하버드 졸업생 268명들에 대한 70여년간의 행복연구-실제로는 ‘성인발달연구’-는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했다”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3분의 1이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고 마약이나 술에 빠져 횡사한 이도 적지 않았으나, 그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은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기 때문이다.

사실 하버드대 졸업생 이라면 이미 평범한 사람이 아니지만, 이번 연구는 하버드대 졸업생 이외의 보스턴시 보통 시민 등도 비교집단으로 설정되었다. 연구결과는 이들도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느꼈던 행복의 조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방문자 조사라는 조사방법상의 한계가 있긴 하나 신뢰도 높은 장기간의 패널연구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학계에 던지는 파급도 적잖아 보인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필자가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사실 행복의 조건 내용 그 자체보다는 행복연구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이 연구는 종단연구로서, 우선 1977년에 이미 발표한 이들 268명 졸업생의 50대 때의 행복조건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그 때 50대의 행복감은 3가지요소였다. ‘이타주의’와 ‘유머’ 그리고 ‘생활에너지의 예술화’였다. 이타성과 유머 그리고 예술을 성인행복의 핵심요소로 제시하였는데 모두 일상생활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요소를 결론으로 던졌다.

단순히 ‘꿈이 있어야 행복하다’,‘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는 식으로 막연한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치와 영역들을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새치기 금지’라고 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새치기를 하지만, “30분 줄서서 기다리다 화장실 다녀와서 이전 자리에 다시 서도 새치기입니다”라는 구체성 문화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발표한 80대 때의 행복 조건은 어떨까. 당연히 50대 때보다는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이 많았다. 7가지 행복의 조건은 고통에 적응하는 자세, 안정된 결혼, 교육·금연·금주·운동, 적당한 몸무게였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그중 금주(little use of alcohol)가 의외로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술이 몸과 마음의 방어체계를 무너뜨려 장애를 이길 가능성을 박탈하고, 이것이 다시 생활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또 가장 쉽게 오해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낸 것이다. 술이 당장의 고통은 잊게 만들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행복감과 반비례한다. 그래서 만일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면, 인생이 괴로워서 술로 달래고 있다면, 거꾸로 당장 술을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하루 이틀은 힘들고 어려우나 금주는 결국 인생을 다시 볼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의 토대가 되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흥미 있는 연구결과는 행복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고 늘 배우고 익히는 고학력자나 평생학습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래서 건강하고 장수하려면 “병원 가는 것보다는 배우는데 시간을 더 투자하라”고 드러내고 충언한다. 하버드‘의대’의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 물론 이 연구는 전체의 특성을 보는 ‘통계’연구이다. 개인은 당연히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 행동의 지향점은 병원의 의사가 아니라 자기자신임을 꼽아준다.

이번 행복연구는 행복이란 순간적 쾌락이 아니라 자기인생을 통제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 속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행복감을 만들기 위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도 ‘구체적인’ 실천명제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국의 중장년이여! 당장 술을 끊고 교육기관에 가서 ‘예술’을 배우라. 그곳에서 유머를 공유하고 친구도 사귀어라. 그렇다면 당신의 성인 생애는 지속적으로 발달되며, 결국 행복하게 장수할 것이다! 그리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도 높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모든 국민들의 표정이 찡그린 미간에서 웃는 얼굴로 바뀌니 국가이미지도 높아질 것이다. 이렇듯 좋은 것을 국가와 개인이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부와 학계의 행복사회를 위한 정책과 연구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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