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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지휘를 볼 수 있다면? - 버즈비트를 통해 처음으로 시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어요.
  • 기사등록 2018-11-12 09: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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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임철환 기자]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이 비장하게 무대를 채웠다. 12명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아름다웠고, 그들이 완성한 음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운명’이 맞았다. 한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연주자 중 8명은 시각장애인이고, 시각장애인을 지휘하는 지휘자가 있다는 사실. ‘볼 수 없다’는 제약은 이 순간만큼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버즈비트(Buzz Beat)’였다.

 

‘버즈비트 프로젝트’ 가 영국 브리스틀에서 11월 9일 그 첫 선을 보였다. 도미넌트 에이전시(대표 황도민)와 영국의 휴먼인스트루먼츠(공동대표 롤프 게르하, 바흐칸마토시안)가 공동기획하고 개발한 시각장애인이 지휘를 인지할 수 있는 장치 ‘버즈비트’를 지휘자와 연주자 모두가 장착하고 진행하는 첫 공연이었다.

11월 5일~8일 테스트를 거쳐 11월 9일 영국 브리스틀에 위치한 공연장 '세인트조지'에서 진행된 공연 <시각화된 소리를 위한 진동(Vibration for Visualized Sound)>에서는 ‘버즈비트’를 통해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이 처음으로 지휘를 실시간으로 느끼며 연주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공연에서 연주자들은 소규모 편성에 맞게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이 공연을 위해 작곡된 ‘아리랑 판타지 for VVS’를 연주했다. ‘아리랑 판타지’까지 모든 연주가 끝나자 현장의 관객과 관계자들은 모두 환호했고, 일부는 감동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 하는 것을 넘어 장애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하나됨에서 오는 감동이었다.

 

귀에 직접 부착하는 메트로놈이나 지휘자의 구음 없이는 합주가 불가능하던 시각장애 연주자들은 지휘봉의 움직임에 맞추어 보다 자연스럽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지휘자의 의도를 지휘봉 하나에 의지에 이해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법도 하지만, 객석에서 그런 어색함을 느낄 새는 없었다. 시각장애인 연주자가 기계적으로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을 넘어 비장애인 연주자와 교감하며 지휘에 따라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버즈비트는 시각장애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이날의 연주를 진두 지휘한 찰스 헤이즐우드는 “지금 당장 나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도 적용해보고 싶은 시스템”이라며 “처음에는 진동이 익숙하지 않았던 연주자들이 점점 나의 지휘에 맞춰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모습은 지휘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으로 손꼽힌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찰스 헤이즐우드는 영국 최초의 전문 장애인 앙상블 브리티시 파라 오케스트라(The British Paraorchestra & Friends)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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