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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엄마가 전하는 사랑 이야기
  • 기사등록 2019-03-28 15: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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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김동국 기자]30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엄마 애란. 야무지고 정이 많지만, 아들에게는 무뚝뚝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건망증 증세가 심해지고, 결국 치매를 진단받는다. 혼자 반찬가게를 꾸리기 어려워진 애란은 요양원으로 가고 아들 규현은 애란의 반찬가게와 집을 팔아 자신의 교수직을 보장받으려 한다.

 

하지만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엄마 애란의 삶이 담긴 레시피 공책을 발견하게 되고, 규현은 교수직을 포기하고 엄마와 함께 반찬가게를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반찬가게에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자. 그리고 마침내 애란은 규현의 죽은 형, 승현의 이야기까지 밝히게 된다. 치매에 걸린 애란을 통해 전해지는 가족 간의 사랑이 담긴 영화 ‘엄마의 공책’을 살펴보자.  

 


가족 위한 세월의 비법

엄마 애란은 당찬 반찬가게 사장이다. 건강한 식재료와 레시피로 3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정도 많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손녀를 위해 비린내가 나지 않게 생선을 조리해 주먹밥을 만들고 거기에 손녀의 이름을 붙여 ‘소율이 주먹밥’이라 부른다. 하지만 아들 규현에게는 쌀쌀맞기 그지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애란은 손주들의 간식을 챙기러 부엌으로 가다 문지방에 걸려 발목을 접질린다.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애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애란은 자신이 깜박 잊었다며 이번 주말에는 꼭 춘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날 저녁, 애란은 아들 규현에게 이번 일요일 춘천에 데려다줄 수 있는지 묻는다. 다리를 다쳤는데 꼭 이번 주에 가야겠냐며 엄마를 다그치는 규현. 그런 규현이 못마땅한 엄마 애란.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애란과 규현은 춘천을 향한다. 하지만 막상 춘천에 도착하자, 애란은 왜 자신이 이곳에 오자고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런 애란에게 규현은 짜증을 낸다.

 

이후 애란의 건망증은 더욱 심해진다. 30년간 담아오던 김치인데, 액젓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채소 가격을 내지 않고, 돈을 지불했다고 우기는 일도 생긴다. 심지어 30년간 자신의 레시피를 적어둔 공책의 존재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규현은 여동생에게 애란과 병원에 가 줄 것을 부탁하고 애란은 치매 진단을 받는다. 

 

사라진 기억

치매(dementia)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정신이 없어진 상태’라는 뜻이다.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기억력, 주의력, 시공간 지각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기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60세 전후에는 발병률이 1~2%에 불과하지만 65세가 넘으면 5세가 늘어날 때마다 발병률이 2배씩 증가해 만 85세에 이르면 약 47%에 이른다. 두 명 중 한 명이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애란이 겪은 건망증이다. 건망증은 단순 건망증과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병적 건망증으로 나눈다. 단순 건망증은 우리 뇌에서 기억을 등록하는 ‘해마’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긴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반면 병적 건망증은 정보가 아예 해마에 입력되지 않아 발생한다. 치매 환자에게는 아예 그 기억이 없다.

 

애란은 점차 기억을 잃어간다. 간장을 찾는 손님에게 병에 담아둔 게 없다고 장독에서 퍼오겠다며 장독대가 있는 옥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어떤 독이 간장독인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한참이 지나 가게로 돌아온 애란은 ‘왜 자신의 간장독을 마음대로 옮기냐’며 울부짖는다.

 

치매 환자에게 건망증만큼 흔한 증상 중 하나가 폭력성과 우울증이다. 치매의 영향으로 참을성이 없어져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사람을 의심하며, 다른 사람과의 언쟁도 잦아진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치매의 행동심리 이상이라 한다. 하지만 영화 속 애란은 이를 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감독의 의도다. 이 영화를 찍은 김성호 감독은 극단적으로 폭력적 행동을 일삼는 치매 노인,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노인을 내버리는 가족들, 그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가정의 모습으로 치매를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치매, 도움받으면 일상생활도 충분히 가능

아들 규현은 문화예술학과 교수직을 희망하지만 시간 강사를 전전한다. 그러던 중 5천만 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면 전임 교수직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애란의 집과 가게를 처분하려 한다. 하지만 집문서를 찾는 과정에서 애란의 레시피가 담긴 공책을 보게 된다. ‘소율이 주먹밥’을 비롯해 규현이 아플 때 벌떡 일어나게 하는 죽이라며 ‘벌떡죽’이라고 붙여진 레시피를 보며 규현은 엄마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결국 규현은 교수직 제안을 거절하고 애란의 반찬가게를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요양원에서 나온 애란과 그 옆에서 애란에게 요리를 배우는 규현은 일상을 공유하며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규현은 애란이 다리를 다친 와중에도 왜 그토록 춘천을 가려고 했는지도 알게 된다. 바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형 때문이었던 것. 어렸을 적 오리배를 타자는 규현의 말에 엄마 애란과 규현, 규현의 형인 승현은 오리배를 탄다. 하지만 즐겁기만 한 그때 오리배로 물이 차오르고 뜨거운 햇볕을 가리려 애란이 양산을 펼친 탓에 오리배로 물이 한참 들어온 뒤에야 이를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오리배는 전복되고 오리배를 잡고 버티던 규현과 애란에게 승현은 자신이 무거워 오리배가 가라앉는다며 오리배를 잡았던 손을 놓는다. 그렇게 승현의 이야기를 나누며 규현과 애란은 묵은 감정을 풀어낸다.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 운동과 감각 능력은 손상 적어

영화 속에서 애란은 한창 규현과 반찬을 만들다가 갑자기 규현을 향해 누구냐고 묻는다. 건망증이 점차 심해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반찬가게를 꾸려간다. 치매는 알츠하이머, 혈관 치매, 파킨슨 치매, 전두측두엽치매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지난해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가 74.4%로 다수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는 다른 종류의 치매에 비해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뇌 등 다른 부위에 비해 손상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더라도 환자가 몸을 움직이거나 감각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 덕분에 애란은 1년 동안 규현에게 레시피를 전수하고, 규현은 엄마에게 배운 노하우와 엄마의 레시피 공책을 기반으로 ‘엄마의 공책’이라는 레시피 북을 출간한다. 영화 마지막, 애란과 같은 치매 환자들이 그룹으로 함께 치료받고 있는 공간에서 규현은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판기념회에서 규현은 책을 소개하며 엄마의 삶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고 소개한다. 이어 애란에게 엄마의 보물이라며 책을 건네는 규현. 애란은 책을 받아들고는 한동안 규현을 바라보더니 입을 뗀다. 내 보물은 바로 너(규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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