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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으로 김대중 대통령님과의 긴 이별을 준비하며 - 피맺힌 절규에 답을 합시다.
  • 기사등록 2009-08-20 15: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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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생아자(生我子)도 부모요, 지아자(知我子)도 부모입니다. 2009년 8월 18일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 땅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너져 내리는 깊은 슬픔

79년 말, 동교동 지하서재에서 처음 만남을 갖고 마음을 의탁한 지 30년이 흘러 이렇게 긴 이별을 합니다. 이 날이 오게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차마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너져 내리는 깊은 슬픔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제 정치인생의 처음이자 끝이었습니다. 정치를 시작한 동기도 탄압받는 김대중 대통령님을 보면서였습니다. 서슬퍼런 군사정권의 음모 속에서 ‘빨갱이’가 되었고, 내란 주동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아는 김대중 선생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 ‘말도 안되고 억울하다’. 그 억울함을 참지 못함이 내가 정치를 할 수 있었던 힘과 근원이었습니다.

처음 만나 당신께서 말씀하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인생을 걸고 대통령 선거를 도왔고,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당선’과 함께 인생의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역사에 남긴‘민주주의, 한반도의 평화, 서민경제’

김대중 대통령님은 대한민국 역사에 처음으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민주화를 완성하였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라는 절대가치를 이끌어낸 평화의 상징이었습니다. IMF라는 절망의 늪에서 국민과 함께 일어섰으며, 4대 보험 등 복지시스템의 기초를 만들어 고통스런 서민의 삶을 감싸주었습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 서민경제... 지난 10년 우리가 누렸고 앞으로도 지켜내야 할 절대적 가치를 알리고 떠나셨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숙제가 남았습니다.

6.15 9주년, 유언과도 같은 연설

지난 6월 11일 6.15 9주년 기념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은 촘촘히 글씨를 적어넣은 친필 메모장을 들고 ‘유언과도 같은 연설’을 하셨습니다. 민주주의, 서민경제, 한반도의 평화 3대위기를 말씀하셨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피맺힌 마음으로’ ‘행동하는 양심’을 역설하셨습니다.

연설을 듣는 동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외심과 숙연함을 느꼈습니다. 마음 깊은 곳 통곡의 피맺힌 절규였습니다. 아마도 오래 남지 않은 생명의 마지막 불꽃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아 가슴이 쓰리고 아픕니다.

이명박 정부와 국가를 위한 무한한 애정의 발로

김대중 대통령님의 그 연설을 두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표현으로 온갖 비난이 있었습니다. 그 연설이 마치 현정부에 대한 저주라도 된다는 듯.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연설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정부, 국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연설이었습니다. 3대 위기는 곧 현정부의 위기를 가져오고 국가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그래서 현정부가 잘되고 대한민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충심에서 나온 경고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들. 오히려, 안 하면 더 편히 잘 지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가차없는 양심의 소리를 전달했습니다. 이를 애써 말씀하신 것은 ‘행동하는 양심’을 실제로 보여준 표본이며 신념에서 나오는 용기였습니다. 과연 누가 그분처럼 마지막까지 신념을 다해 살 수 있었을까요.

피맺힌 절규에 답을 합시다

각계 각층,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고 슬퍼하며, 최대한의 예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지도자로 섬기겠다는 그 말이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김대중 대통령님이 통곡의 심정으로 한 호소에 즉시 답을 해야 합니다. 생전 마지막 연설에서 말씀하신 그 일을 해야 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여당은 당장 서민의 아픔을 보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고, 이 땅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과의 소통속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평화, 서민의 삶을 지켜나갑시다.

그것이 위대한 지도자, 김대중 대통령님의 마지막 피맺힌 절규에 답을 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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