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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시대역행적 노동관
  • 기사등록 2009-09-14 16: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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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버릇 못 버린 중앙일보가 또 사고를 쳤다. 중앙일보는 9월14일자 사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시도는 시대역행’을 통해 3개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저지에 나섰다.

중아일보가 내세운 궤변은 이렇다. 민주노총이 노동단체가 아닌 정치투쟁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단체에 소속되겠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깨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며, 공무원노조들이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강경투쟁 노선에 의존해 집단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 중앙일보가 딱 그 짝이다. 민주노총은 중앙일보의 사실왜곡과 거짓 선동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하지 않을 시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다.

민주노총이 노동단체가 아니라는 단언은 심각한 사실왜곡이다. 만일 민주노총이 노동단체가 아니라면, 설립신고증을 내준 노동부는 무엇이며, 올 초 민주노총과 비정규직법 논의를 위한 5인 연석회의를 진행했던 여야 3당은 또 무엇인가. 최저임금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정부위원회에 관계 법령에 따라 노동계 대표로 참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노동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최근 민주노총이 미디어악법 저지투쟁 등 중앙일보의 방송장악 음모에 반대하는 ‘정치투쟁’에 나선 것을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이라면 사회적 공기인 언론을 사주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최근 대표적인 정치투쟁 의제들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정한 현행 노동법의 문제이지, 민주노총의 문제가 아니다. 노조가 임금인상 투쟁에 나서면 ‘밥그릇 지키기’라고 맹비난하던 중앙일보! 가, 이제는 정치투쟁을 문제 삼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민주노총 가입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파괴를 바로 연결하는 것 역시 동의하기 어려우며, ‘통치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할 것’을 공무원의 미덕으로 삼는 것으로 비춰져 우려된다.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며, 따라서 당연히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의 행사 주체다.

그리고 이 기본권 속에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앞서 포함돼 있다. 단지 ‘가두투쟁’만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중앙일보의 사고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마저 망각한 발상이다.

중앙일보 기자들이야 사주의 명령에 따라 물불 가리지 않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 국민들은 ‘진정한 국민의 봉사자로 거듭 나겠다’는 공무원노조의 선언을 더 신뢰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들의 민주노총 가입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가입이유 역시 중앙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민주주의 수호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실현’을 위한 것임을 이미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다.

더구나 공무원연금과 공직사회 구조조정 문제는 ‘집단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사회 민주화 및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결돼 있는 문제다. 민주노총에 진저리를 내며 독자노선을 가는 노조가 늘고 있다는 주장 역시 동전의 한 쪽 면만을 본데 불과하다.

중앙일보가 ‘16개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고 말한 올 들어 새로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조가 43개에 이른다. 이런 가입과 탈퇴는 민주노총 창립 이후 지금까지 늘 있어왔으며, 많은 노조가 민주노총과 힘을 합쳐 싸우는 과정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 향상을 이뤄왔다.

중앙일보가 이런 사설을 쓴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되면 공직사회 민주화와 부정부패 추방을 위한 투쟁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일 공산이 높다. 하지만 언론의 탈을 쓴 거짓 으름장이 먹혀들던 시절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과 함께 민주노총 가입 추진에 나선 데에는 확신과 조합원들의 지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뒤흔들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행해졌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제발 이런 지면만 낭비하는 시대착오적 사설은 이제 그만 좀 쓰시라. 이러니 국민들과 동료 기자들로부터 ‘조중동 찌라시’란 조롱을 받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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