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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과일 패션프루트, 요리와 먹는 방법 전파돼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9-03 08: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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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아열대 과수인 패션프루트가 전남의 과일로 정착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하면 전남에서 패션프루트 재배면적은 9.0ha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남 지역에서 패션프루트가 많이 재배되고 있는 것은 따뜻한 기후, 재배 농가의 도전 정신, 기술 보급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서이다.

 

전남에서 패션프루트의 재배는 전남농업기술원에서 10여 년 전부터 시험 재배와 기술보급을 해온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름조차도 생소한 아열대 과수였지만 지금은 전남 실정에 맞는 재배작형 개발, 재배기술의 축적과 보급이 잘되어 있다. 이제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장애 요인이 별로 없지만 재배 면적은 최근 몇 년간 정체되어 있다.

 

패션프루트 재배 면적의 정체 배경에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소비에 있다.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이 패션프루트 매력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패션프루트는 맛, 영양과 효능이 매우 뛰어나지만 판매와 이용 현장에서 보면 맛있게 먹는 방법과 이용방법이 제대로 보급되어 있지 않다.

 

패션프루트를 맛있게 먹으려면 여름철에는 4-7일 정도, 겨울철에는 1주일 이상 과일을 상온에 두어야 한다. 그 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고 차게 먹으면 그 맛에 반할 정도로 향기롭고 맛있다. 후숙되지 않은 것을 냉장고에 저장하면서 먹으면 신맛이 강해 질 수 있어 역효과가 난다.

 

후숙된 것은 과실에 윤기가 없고 쭈글쭈글해서 시들어 버린 과일 같아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싶다. 그래서인지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거나 유통되는 것들은 후숙이 제대로 안된 싱싱한 것들이다. 싱싱한 것들은 맛있게 보이지만 막상 먹어 보면 제 맛이 나지 않고, 신맛이 매우 강하다. 처음 먹어 본 사람들은 그것이 패션프루트의 원래 맛인 줄 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패션프루트에 얼른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소비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패션프루트는 이용 방법도 다양하다. 생과의 과육 자체만을 먹는 방법 외에 주스로 먹는 방법, 빵과 함께 먹는 방법, 수박과 섞어서 화채로 먹는 방법, 즙을 탄산음료에 섞어먹는 방법, 주스 및 잼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 등 다양하다. 먹는 방법이 다양할수록 기호도에 따른 선택 폭이 넓어지며, 재 구매율을 높이게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하게 먹는 방법들이 제대로 보급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패션프루트에 대해 소비자들은 아직 호기심 어린 이국적인 과일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비타민 A와 C가 매우 풍부하다(과일 100g 당 비타민 A 229UI, 비타민 C 19.8mg, 베타카로틴 134mcg, 칼륨 338mg, 타민 B2 0.02mcg 함유).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는 고대부터 진정제, 불면증, 편두통, 진통제, 신경과민제로 사용했다(Benigni 등, 1964). 최근에는 다양한 패션프루트의 기능성이 인정되어 항산화성, 항염증, 생리통완화제, 이뇨제, 강장제, 고혈압과 피부염증, 중추신경계 증상에 진정제, 신경안정제, 항경련제, 항불안제로 쓰이고 있다(De Paris 등, 2002).

 

패션프루트 껍질은 인슐린 스파이크를 줄여 당뇨병 예방 및 조절을 촉진한다. 이 식물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하르민(harmine, 알칼로이드 화합물)이 뇌 내의 도파민(dopamine) 및 세로토닉(serotonic) 등의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모노아민산화효소 저해제(MAOI; Monoamine oxidase inhabator)의 작용에 관여해서 진정 효과를 유발한다(Onishi 등, 2012).

 

하르민이 체내시계(体内時計)의 주기를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는 생체시계 단백질(Bmal1)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생체리듬의 장애에서 기인한 정서불안, 수면장애를 개선하는데도 효과적이다(産総研TODAY 11(7):18). 패션프루트의 식용은 이처럼 생체리듬의 조절과 정신의 균형 유지 및 수면장애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기대된다.

 

패션프루트에는 인체에 유효한 성분이 많지만 식용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신경계에 작용하고 진정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많이 먹게 되면 졸음이 온다. 하르민 성분 때문에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패션프루트를 먹게 되면 약효가 방해될 것으로 추정된다. 혈압저하 기능은 고혈압 환자에게는 좋지만 저혈압 환자에게는 오히려 나쁘게 작용할 수가 있다.

 

소비자들이 패션프루트의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도입 역사가 짧고 이용에 대한 경험 부족이 큰 이유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션프루트의 도입과 보급 주체(농업 관련 기관), 생산 및 판매하는 측에서 소비자들에게 과일의 특성과 사용법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

 

패션프루트의 판매장에서도 최적의 상태로 후숙 된 과일의 시식회를 가져 소비자들이 참맛을 경험해 보도록 해야 한다. 농업관련 기관에서는 유통업자 및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게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함께 과일의 영양성분과 효능을 적극적으로 알려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으로 소비가 늘어나면 재배면적 확대는 쉬워지고, 농가 소득 작목으로 굳건히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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