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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해남의 울돌목과 농특산물의 상품화 접근 시각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05 08: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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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울돌목은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우리나라에서 조류(潮流)가 가장 빠른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물살이 빠른 것은 지형적으로 폭이 좁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밀물과 썰물에 의한 바닷물의 이동이 많기 때문이다. 좁은 지형에 대량의 물이 지나면서 소용돌이가 크게 일며, 물살로 인한 소리가 매우 크다. 이 소리가 바위가 우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울돌목'이며, 이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 명량(鳴梁)이다.

 

울돌목의 지리적 요건을 잘 활용한 것이 임진왜란 때의 명량대첩이다. 당시 이순신(李舜臣) 장군은 조류가 빠른 명량해협의 특성을 활용해서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 함대를 물리쳤다. 이 해전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배경은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협의 조류가 빠른 특성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이용한 데 있었다.

 

우리나라 울돌목처럼 일본에서 유속이 가장 빠른 곳은 나루토해협(鳴門海峡)이다. 나루토해협은 효고현(兵庫県) 미나미아와지시(南あわじ市)와 도쿠시마현(徳島県) 나루토시(鳴門市)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이곳의 최대 유속은 11kt(20km / h)이며, 소용돌이의 직경은 15m에 이를 정도로 커 해난사고가 많다.

 

미나미아와지시와 나루토시는 일본 3대 해난 사고 지역인 나루토 해협의 빠른 유속과 소용돌이를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용돌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선박을 운행하고 있다. 소용돌이를 위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다리를 설치하여 ‘소용돌이 길’을 만들었다.

 

특히 도쿠시마현 나루토시에서는 관광 상품의 개발 외에 나루토 해협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차별화에 의한 브랜드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진해 왔으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나루토 미역’이다.

 

‘나루토 미역’은 나루토 해협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나루토의 소용돌이로 대표되는 격렬한 유속 속에서 성장한 미역으로 일반 미역보다 씹는 맛이 좋고, 선명한 녹색이 특징이다. 이 미역은 8세기 때 도쿠시마의 특산물로 조정에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등 유명하다. 이곳의 미역이 유명하다 보니 2008년에는 13개 미역 가공업체가 한국산과 중국산 미역을 ‘나루토 미역’으로 속여 팔아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등 수차례 유사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나루토 미역’의 생산은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및 효고현 아와지시마 연안에서 이뤄지지만 도쿠시마에서는 나루토 미역을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08년에는 지역 단체 상품으로 ‘나루토 미역’을 등록했다. 이것은 효고현에서 이의를 제기하여 2009년에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지역 단체 상표 등록이 취소되었다. 도쿠시마현에서는 이것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루토 해협의 소용돌이와 연계해서 씹는 맛이 우수한 미역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과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도쿠시마현에서는 나루토 해협에서 생산된 도미에 대해서도 ‘나루토 도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 ‘나루토 도미’의 브랜드 이미지는 소용돌이로 유명한 나루토 해협의 격류 속에서 자란 도미이기 때문에 생선의 근육이 발달되어 있고, 씹는 맛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 유사한 특성을 지닌 우리나라 울돌목과 일본의 나루토 해협.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420여 년 전에 충청도 출신의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만의 특성을 발견해서 국가를 구하는데 활용했다. 그러나 그 이후 울돌목이 있는 진도와 해남에서는 특산물 측면에서 울돌목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도쿠시마현에서는 격류 속에서 자란 미역과 어류를 특성화 및 브랜드화 하여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나루토 도미’의 쫄깃쫄깃한 생선살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가장 빠른 울돌목에서 자란 어류의 생선살 또한 쫄깃쫄깃하다는 것을 내세울 수가 있다. 울돌목은 관람객 1,761만명을 동원한 영화 ‘명량’을 통해서도 조류의 세기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아 생산물과 연계시키기에 좋은 자산이다. 그러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지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선살이 쫄깃쫄깃하다 해도 그것 자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의 위대한 승리에는 어쩌면 외지인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울돌목만의 특성을 파악하고 활용한 것이 크게 작용했을 수가 있다. 농수산물의 상품화 또한 외지인의 눈에서 특성과 차별성을 찾아내어 반영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현지인의 눈으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들 중에는 외지인의 시각에서 지역 환경과 스토리가 결부되어 상품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농산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짐에 따라 상품에 지역의 이미지를 강화시킨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한 상품을 개발할 때 외부적인 시각을 적극 활용해서 상품의 차별성과 장점을 극대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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