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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배, 공예품으로 태어나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2-12 10: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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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에 있는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서는 ‘나주배, 공예품으로 태어나다’라는 제목의 작품전이 개최되고 있다. 나주의 특산물인 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작품의 전시회로 뚜렷한 농특산물을 가진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특산물은 어느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지역의 자연과 인문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특정 지역의 생산물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산품과는 개념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특산물은 대체적으로 지역 농업을 차별화하고, 지역의 농업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나주배이다. 나주배는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포함돼 있다. 1871년 발간된 '호남읍지'는 나주배를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기록했다. 1906년부터는 근대적인 형태의 배 재배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나주 경제에 크게 기여해 왔으며, 지난해 기준 나주의 배산업 규모는 2,192농가가 전국 생산량의 20%가량을 생산했다.

 

나주배는 그동안 역사성, 최대 산지 및 우수한 품질로 인해 높은 브랜드가치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신흥산지의 등장, 배 재배 농가의 고령화, 도시화의 진전 등으로 명성에 도전을 받고 있음에 따라 차별화된 고품질의 배 생산, 배 재배 농가의 감소에 대응한 배 관련 주변 산업의 확대, 배와 관련된 문화의 확산에 의한 지역의 자원화 및 특성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즉, 배 재배라는 1차 산업의 평면성을 2, 3차산업의 육성에 의해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나주의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나주배, 공예품으로 태어나다’라는 제목의 작품전은 매우 의미가 깊다. 전시회는 배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참여자들은 기존의 배 재배 농가나 가공관계자가 아니라 공예가들로 새로운 사람들이다.

 

배꽃을 말려서 풍경화처럼 연출해 놓은 압화공예는 농장이 아니라 겨울철에 박물관에서 배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도자기로 만들어 놓은 배꽃과 조명등 및 섬유공예로 태어난 배꽃은 조형성과 예술 작품 소재 측면에서 배의 무한한 가치와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배꽃 작가라는 별칭이 붙은 작가의 배꽃 주제의 다양한 팝아트 작품은 나주배를 맛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멋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동시에 나주배는 공예가 되고, 예술과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주배꽃 문양과 팝아트를 응용한 넥타이, 지갑, 우산은 나주배가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주배 공예품 전시회는 배가 생산되는 시기가 아님에도 언론과 관람객을 통해 알려지면서 나주배와 연계되어 배의 특산지 나주를 상기시켜주고 있다. 예술성과 고급스럽게 창작된 공예품은 나주배의 이미지를 더욱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브랜드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공예가들에게는 배를 테마로 하는 작가라는 차별적인 이미지가 부여되면서, 이들의 작품 활동으로 지역이 더욱더 개성적인 문화를 갖게 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관광산업의 핵심이 차별성과 개성이라고 할 때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나주배, 공예품으로 태어나다’라는 전시회처럼 지역에서 농특산물을 테마로 한 작품 활동과 전시회 등은 특산물의 홍보, 브랜드가치 향상, 지역 작가의 육성, 지역의 정체성 함양, 지역의 개성화 및 공예와 관광산업 육성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농특산물을 테마로 한 제2의 제3의 문화예술 작품 전시회가 전남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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