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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돈차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2-21 08: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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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돈차는 전차(錢茶)에 대한 우리말이다. 전차(錢茶)는 차의 모양이 동전과 같이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찻잎을 시루에 찐 다음 찧고, 이를 새알처럼 하여 납작하게 만들고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서 엽전 모양으로 만든 차이다. 문헌상에서 돈차는 대부분 전차(錢茶) 또는 단차(團茶)로 기록되어 있어도 근대에 이용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돈차라고 불렀다.

 

근대에 돈차의 주 생산지는 전남 강진, 구례, 나주, 보성, 영암, 해남, 장흥이다. 이 지역 가운데 장흥에서는 청태전이라는 이름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차 동호회 등에서 지역의 돈차를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해남에서 돈차가 만들어졌던 곳은 1940년에 발행된『조선의 차와 선(朝鮮の茶と禪)』이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일본인 모로오까 다모쓰(諸岡存, 1879-1946) 박사가 광주에서 산림기사로 근무하던 이에이리 가즈오(家入一雄, 1900-1982)와 함께 1938년부터 1939년까지 전남 일대에서 돈차를 조사한 후 정리한 것이다.

 

『조선의 차와 선』책에 의하면 해남읍 신안리에서는 돈차를 음료, 아이들의 배앓이 치료용, 감기 치료용으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돈차에 사용된 찻잎은 현산면 고현리의 대밭에서 자란 차나무에서 채취한 것 같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2012년 2월 13일 해남군 현산면 고현리 여자노인당에서 인터뷰 한 고현 마을의 오0란 씨(1934)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때 봄이면 일본인들이 대밭에서 찻잎을 채취해 갔다고 했다. 또 책에는 해남군 계곡면 방춘리에서는 병차(餠茶), 단차(團茶)라는 이름으로 이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의 차와 선』의 공저자인 모로오까와 이에이리는 1938년 11월 1일 나주 불회사를 방문하여 돈차의 내력을 조사하였는데, 그 당시 불회사의 주지는 “이 돈차를 이곳에서는 ‘단차(團茶)’라고 한다는 것이며, 해남군 삼산면에 있는 대흥사(일명 대둔사)에 있던 초의대사로부터 그 절의 한 비구니에게 전해진 것은 백 년쯤 전의 일이라고 한다. 이 절의 주지는 그 비구니로부터 배웠다고 한다”라고 기록하였다. 이는 해남의 대흥사가 돈차의 보급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과거에 돈차가 해남에서 제조 및 이용되었음은 『조선의 차와 선』에 기록되지 않은 곳에서도 있었다. 2012년 2월 13일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마을회관에서 인터뷰를 한 정0연 씨(1946)에 의하면 해남군 송지면 서정리 장춘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초등학교에 다닐 때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미황사 주변에서 차를 채취하여 네모진 돈차를 만든 다음 자주 우려 마셨다”라고 했다.

 

이외에 삼산면 구림리에서도 과거에 돈차의 제조와 음용 문화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돈차 외에 차의 이용도 활발했음은 어르신들의 인터뷰에서도 자주 나타났다. 2012년 2월 13일 해남군 계곡면 대운리 노인당에서 인터뷰 한 김0옥 씨(1933)에 의하면 “초등학교 다닐 때 찻잎을 따서 학교에 가져가면 일본인 교사가 덖어서 물주전자에 넣고 끓여서 마셨다”라고 했다.

 

해남에는 『조선의 차와 선』의 책에 기록된 것과 현지 조사를 한 것에 의하면 돈차는 절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폭넓게 이용되었다. 그 문화는 문화적 가치가 높음에도 해남의 자산으로 만들지 못한 채 잊혀지고 있다. 뜻을 가진 지역 분들이 나서서 해남의 농업 및 문화 자산으로 가꿨으면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박용서, 이미경, 임명희, 조자용. 2008. 전남 지역에서 1930-1940년대에 이용되었던 돈차의 이름, 형태 및 용도 조사.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지 49(별호Ⅰ):200-202.

허북구, 조정일, 박용서, 박윤점, 조자용. 2010. 균주를 접종하여 제조한 청태전 차의 관능적 특성과 생리활성 효과.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21(1):139-148.

허북구. 2014. 근대 전남의 돈차문화와 청태전. 세오와 이재 출판사.

諸岡存, 家入一雄. 1940. 朝鮮の茶と禪. 日本の茶道社, 東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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