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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에서 혼수품 이불과 쪽 염색문화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9-09 13: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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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 쪽 염색문화가 발전한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쪽 염색 문화가 늦게까지 남아 있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쪽 염색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루어졌으며, 일본 등지에서는 쪽염료의 샌산, 염색 등이 분업화되면서 발달한 것과는 달라 많은 농가에서 쪽을 재배하고, 직접 염료를 추출하여 염액을 만든 다음 염색했었다. 

 

전국 어디에서나 쪽을 재배하고 염색하는 문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후에 나주에서 쪽문화가 발달하고 늦게까지 유지된 것은 나주 영산포가 전남 중부와 서부의 교통 요지로서 물류의 중심지였다는 점과 나주의 혼수품 이불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주에서는 “광복 전까지만 해도 혼수품으로 쪽물로 들인 아청람(鴉靑藍) 이불을 꼭 해가지고 가야 할 만큼 인기가 좋아 논이나 밭작물 대신 쪽풀을 심는 농가가 늘어나 이를 국가에서 금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김지희 등, 2000). 

 

과거, 우리나라에서 결혼할 때 이불이 혼수품이었던 것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나주에서는 특별히 쪽 염색한 무명천으로 만든 이불 홑청에 이용되었다. 이것은 과거에 중국이나 대만에서 부자들이 결혼할 때 서랑으로 염색하고 진흙으로 매염한 향운사(香雲紗)로 만든 옷 등을 혼수품으로 이용했던 문화와 유사성을 띤다.

 

과거 중국과 대만에서 향운사(香雲紗)로 만든 옷 등 혼수품을 가져가는 것은 잘산다는 것을 나타내는 위세와 같은 것이었다. 향운사는 귀하고 비싼 것이었으므로 일반인들은 쉽게 구입과 활용할 수 없는 데에 따른 것이다. 쪽염색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익이 쓴 책인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2웍 인사문(人事門)에는 “옷 한 벌을 염색하려면 그남(藍, 쪽)을 심는 밭이 네 식구가 한 달 먹을 곡식이 나는 땅을 버리는 것이 되니 국내 전체를 계산한다면 손실이 매우 많다.”라는 기록이 있을 만큼 쪽 염색은 고가였다.

 

나주에서 쪽 이불에 많이 사용된 것은 무명인ㄷ[, 나주는 세목으로도 유명했다. 나주 면직물은 면직물이면서도 실을 가늘게 뽑아 비단에 견주되었다. 무명천의 두껍고 투박하며 거친 느낌이 아니라 비단처럼 부드럽고 섬세하며 세련되게 짜여진 것이 나주 무명이었으며, 그러한 기술이 적용된 나주 무명은 고급품이었다. 특히 샛골에서 짠 직물은 '샛골나이'로 불리며, 전국적으로도 매우 유명했다.

 

따라서 나주에서는 나주 무명에 쪽 염색을 한 것은 특별함을 의미했고, 혼수품으로 쪽이불을 가져가는 것은 나주의 정체성과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정체성으로 인해 가볍고 색색의 합성섬유가 많이 유통되는 시기에도 늦게까지 보수적인 혼수 문화로 인해 쪽염색 이불이 혼수품으로 이용되었고, 그에 따라 쪽염색도 다른 지역보다 늦게까지 유지되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쪽 염색의 부활에도 크게 기여했다.

 

과거 나주에서 쪽이불이 혼수품에 많이 이용되었던 것은 현재 쪽염색 유물로 유통되는 것 중 쪽이불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 점과 한국천연염색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전시되어있는 쪽 염색 유물(사진)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참고 문헌

김지희, 박성실, 이양섭. 2000.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신규발굴종목 보고서; 염색장(쪽물 염색). 문화재청.

허북구. 2011. 근대 나주의 쪽 문화와 쪽물 염색. 퍼브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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