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나주에서 상업적인 배 과수원이 시작된지 100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배 품종이 재배되어 왔으며, 현재도 새로운 품종들이 도입되고 있다.
배 품종의 탄생과 재배에는 재배의 난이도, 병충해 저항성, 수확량, 출하기, 저장성, 재배관리의 용이성, 생산성, 가공성, 소비자 기호도 등이 반영되어 있으며,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가 있디.
배 재배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과거에 사랑받았던 배와 시대적 배경에 대해 요인별 상관을 분석해보면 지금 이 시대와 앞으로는 어떤 배가 요구될 것인가가 가늠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배 재배의 살아 있는 역사 장소인 나주에서 과거에 재배된 배의 종류의 그 시대적 특성 분석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나주에서 상업적인 배 과수원이 시작된 이후의 기록물은 많지가 않아 과거에 재배된 배 품종 조사는 과거 신문이나 고령자분들의 구술에 의한 의존도가 큰데 과거 신문 기록이나 고령자분들의 구술에는 정명(正名)보다 유통명 및 일본명이 많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통명 또한 재배된 배 품종을 알고, 당시의 문화를 아는데 조금이라도 조금이 될까 싶어 몇 개의 사례를 소개한다.
2022년 3월 7일에 나주시 금천면 신가리 배과수원에 만난 박0덕(1947년생) 씨는 “어릴 때 아버지가 만상, 조지로, 아시아까 배를 재배했다.”고 하셨다. 만상은 만삼길(晩三吉)을 줄여서 부른 것으로 과거에는 만삼길을 만상으로 불렀던 사례가 많았다. 조지로는 조지루 등의 이름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장십랑(長十郎)의 일본식 발음명(ちょうじゅうろう)에서 유래된 것이다. 아시아까는 조생적(早生赤)의 일본식 발음에서 변형 유래된 것으로 정확한 일본식 발음은 아세아카(あせあか)이다.
2022년 3월 11일 나주시 다시면 동곡리 동촌마을에서 만난 문0금(1949년생) 씨는 “어렸을 때 친정 동네인 송월동에서 배 재배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만상, 이마무라, 시케루 배를 보았다.”라고 하셨다. 이마무라는 금촌추(今村秋)에 대한 일본식 발음인 이마무라아키(いまむらあき)에서 이마무라만 차용해서 사용된 이름이다. 시케루는 적룡(赤龍)의 일본 이름 세키류(せきりゅう)의 변형된 이름이다,
1967년 9월 9일에 발행된 매일경제‘배’라는 제목의 기사에는“청과물 시장 한 가게에서만 배가 하루에 5백 상자 이상씩 팔려나간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배는 전남 나주(羅州)산의 아리랑과 이마무라를 제일급으로 치고, 태릉(泰陵)의 먹골배와 평택(平澤) 성환배를 2급으로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 신문에서는 배의 품종 목록에도 없는 아리랑배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금촌추(金村秋)를 가리킨다. 금촌추가 아리랑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38년에 일본 오사카의 유명한 과실도매상이 나주산의 금촌추는 호박만한 것으로 일본에서 생산된 금촌추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실물에 대해 욕된다고 해서 명명(命名)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언론에서 자주 사용된 이름이다. 금촌추는 그 형태로 인해 과거 나주에서는 사랑배라는 별칭도 있었다.
2019월 6월 1일 산포면에서 만난 김0규(1959년생) 씨는 “1970년대 중반에 금천에서 배통조림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했는데, 이때 사용된 배는 빠테리트였다.”라는 제보를 해 주셨다. 이 배의 정명은 서양배인 바틀렛(bartlett pear)인데, 나주에서는 영어에서 유래된 빠테리트라는 유통명이 사용되었다.
1966년 9월 5일자 매일경제의 ‘배’라는 기사에는 “유명한 나주의 이마무라 배가 아니더라도 최근 서울 각 상점에는 금년 햇배들이 나돌아 오고 가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배에는 이른 품종으로 습정, 장신망, 청배 등이 있고, 늦은 품종으로는 20세기, 신세기(新世紀), 만삼길(晩三吉), 금촌추(今村秋) 등이 있다. 이 기사에는 이마무라와 금촌추가 같은 배 품종인데도 따로따로 표현되어 있다.
1982년 9월 29일자 경향신문의 ‘판로 막힌 명물 나주배’라는 기사에는 배꼽배가 나오는데, 이것은 신고이다.
나주는 배 재배 역사가 긴 만큼 위의 몇가지 사례처럼 다양한 배가 재배되었고, 배 품종 이름에 대한 유통명과 사연이 많다. 그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나주배의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며, 나주배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328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