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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곡물 혼란, 장기화 대비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7-06 0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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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세계의 곡물 생산과 공급이 혼란이 빠졌다. 


곡물 가격 상승과 공급망의 파괴 등 글로벌 식량 위기의 촉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시작됐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하고 철도를 폭파하고, 약 2천만 톤의 밀을 탈취했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은 약 8억 5,000만 톤이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에 기근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나 올해 들어 밀 가격은 이미 60% 이상 올랐다. 


밀 가격이 60% 이상 올랐어도 소득의 10% 미만을 식품에 지출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나라에서 밀 가격 상승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소득의 40% 이상을 음식에 지출하는 개발도상국의 많은 사람에게는 생존과 연결될 정도도 타격이 크다.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밀가루 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밀의 상징성과 영향력은 매우 크다. 밀은 빵, 국수, 파스타, 쿠키, 크래커 등 서구 사회의 먹거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유럽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밀밭을 통제하는 나라가 서구 세계의 안정을 통제해 왔다.

 

러시아는 이러한 유럽의 역사를 상기하듯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대규모 밀밭이 있는 곡창지대부터 점거했다. 곡창지대를 점거한 러시아군은 이어 곡물이 운송되는 철도를 폭파하고, 항구를 봉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밀 공급에 대해 의도적으로 방해함에 따라 글로벌 식량 위기는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식량의 글로벌 공급망의 질서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가운데 또 다른 요인들이 식량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인도, 남미,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상기후로 곡물 수확량이 감소했다.

 

세계 최대의 곡물인 옥수수의 주산지 캐나다와 미국 북부지역에서는 4월까지 폭설이 내렸고, 5월에는 폭풍우로 인해 밀밭에 피해가 발생했으며, 파종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날씨에 따라 밀을 재배할 수 없는 농가는 피해에 대해 보험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생산에 소극적이다.

 

비료 원료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제제는 비료와 연료 가격 상승을 부추겨 농작물의 생산비 상승과 재배 면적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옥수수 생산량 최대국인 미국에서 수확량이 줄어들면 공급망에 이상이 생긴다. 또한 옥수수는 가축의 중요한 사료이기 때문에 육류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옥수수를 바이오연료로 사용하는 양이 증가하는 것 또한 식량의 국제적인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에서 손실된 곡물 수출량을 즉시 대체할 수 있으나 줄일 생각이 없다. 미국에서는 일리노이주보다 넓은 3,800만 에이커의 땅이 SUV의 연료 탱크를 채우기 위한 옥수수를 재배하는 데 사용된다. 

 

미국이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기 재배하는 옥수수 농장에서 생산하는 식량은 1억 5천만 명을 먹일 수 있으나 옥수수 에탄올인 바이오 연료용 생산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복구에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상기후, 농자재값 상승, 바이오연료의 사용 증가는 붕괴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복원이 1-2년 만에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의 농업은 현재처럼 다발적인 혼란에 휩쓸린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세계의 식량 사정이 안심 가능한 상태로 돌아가려면 몇 년이 걸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2모작 작형의 확대, 식재 품종의 다변화, 생산비 절감, 전략 작물 직불제 등 농축산의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국제 곡물 공급 혼란의 장기화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https://jp.reuters.com/article/ukraine-crisis-agriculture-idJPKBN2OA07V

https://www.rollingstone.com/politics/politics-features/ukraine-food-crisis-136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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