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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토마토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7-10 07: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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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요즘 마트에서 녹색 토마토를 종종 볼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익지 않은 토마토를 판매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은 빨갛게 익은 토마토 일색이나 과거에는 빨갛게 익지 토마토는 팔지 않았고, 익지 않은 초록색의 토마토가 유통되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조직이 물러져서 터지고 과즙이 흘러나와서 과육이 단단한 초록색의 토마토가 유통되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초록색의 토마토를 구입한 후 빨갛게 숙성된 다음에야 먹었다. 당시 초록색 토마토를 먹으면 신맛이 강하고 맛이 없었다. 그것을 무릅쓰고 굳이 먹게 되면 배탈이 나기 쉬웠다. 그러한 기억을 갖고 있는 고령자들은 초록색의 토마토는 과거에 유통되던 일반 토마토로 오해하고 신맛부터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린 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처럼 완숙 토마토이다. 완숙 토마토에는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검은색 등 다양하다. 익은 토마토, 즉 완숙토마토가 등장한 것은 일본의 경우 1980년대이며,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완숙 토마토로의 전환기를 만든 품종은 모모타로(桃太郎, Momotaro)라는 품종이다. 모모타로가 나오기 전까지 토마토는 구매 후 당장 식용할 수가 없었으며, 익도록 둔 다음 빨갛게 되면 식용했다.

 

일본에서 모모타로처럼 토마토가 충분히 익은 다음 수확해도 수송에 견딜 수 있는 딱딱한 토마토의 개발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76년에는 드디어 만족스러운 경도의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었으나 맛이 없었다.

 

익은 상태에서 수송에 견딜 수 있는 과육이 튼튼한 토마토를 개발하였으나 토마토 그 자체의 맛이 없어 상품화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 시작된 것이 '단맛'을 갖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수백 개의 품종을 교배시켜서 ‘모모타로’의 원형이 되는 품종을 1979년에 만들었고, 1983년부터 종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모모타로’ 품종을 만든 뒤 당도, 과실의 경도, 과육의 두께, 산도 등의 기준을 마련한 다음 이 기준을 충족한 것에 대해 ‘모모타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유통시켰다. 그렇게 20년여에 걸쳐 완성된 모모타로는 토마토 시장을 확 바꾸었다.

 

붉은색의 완숙 토마토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이므로 30년 정도 되었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은 ‘토마토 = 완숙 토마토’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부터 접하기 시작한 것이 완숙 토마토이므로 과거의 미숙 토마토가 유통되었고, 그 신맛 등에 대한 경험이 없다. 마트의 매장에 진열된 초록의 토마토를 보면서 과거에 익지 않아 먹지 못하는 토마토에 대한 기억도 없다. 

 

젊은이들에게 거부감이 적은 그린토마토는 현재의 맛이 그린토마토에 대한 기억이 되고, 이미지가 되면서 소비가 되고 있다. 특히 그린토마토의 당도가 높고 붉은색의 토마토와 식감 등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그린은 구매를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라 색깔있는 요리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매를 자극하는 색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산물은 이처럼 새로운 품종이 지속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세대 간에 맛에 대한 기억과 선호도, 요리 재료 등의 측면에서 호불호가 명확한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재배 품목의 선택 시는 이러한 소비 특성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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