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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채소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7-18 1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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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세계기상기구(WMO)는 올여름(7-9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을 90%로 예상했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위도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자연현상이지만 전 지구적인 고온, 가뭄, 홍수, 폭설 등 이상기후를 유발한다. 게다가 올해는 2015-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과거 슈퍼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을 때 농작물, 과일, 채소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있다.

 

특히 잎이 많은 채소는 식물 구조 자체가 폭우와 홍수의 피해를 받기 쉽다. 비가 많이 내림에 따라 채소에 나타나기 쉬운 문제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병에 걸리기 쉽다. 흙이나 채소의 표면이 고온 다습한 환경이 되면 채소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가하기 쉽게 된다.

 

특히 토마토나 수박, 호박 등 원래 비가 적은 지역을 원산지로 하는 채소는 비가 많은 환경에서는 약하므로 병에 걸리기 쉬워진다. 또한 흙 속의 수분 함량이 과잉으로 되면 채소의 뿌리가 호흡할 수 없게 되어 산소 결핍에 의한 장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둘째는 잡초가 번성하게 된다. 장마 시기가 되면 강우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기온도 높아지는 시기로 잡초가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된다. 잡초들은 고온 다습한 환경 조건에 대해 채소보다는 익숙하므로 채소보다 잘 자라게 된다. 장마가 되면 풀을 제거할 기회도 줄어들므로 잡초가 무성해지면서 채소의 생장에 피해를 준다.

 

셋째는 흙의 유출과 점토화이다. 토양 표면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곳에서는 비가 대량으로 내리면 흙이 영양소와 함께 빗물에 유실되기 쉽다. 칼슘이나 마그네슘, 칼륨 등의 영양소는 물에 녹기 쉽고 유출되기 쉽다. 이들이 유출되면 토양의 영양소가 부족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토양이 산성으로 되기 쉽다. 토양이 산성으로 되면 채소는 토양으로부터 영양소를 흡수하기 어려워지므로 생육에 장애가 생기기 쉽다.

 

비가 대량으로 내려 물이 고인 곳에는 미세한 흙의 입자인 점토가 표층에 쌓이기 쉬워진다. 점토화된 흙은 틈새가 없으므로 딱딱해지기 쉽고, 채소가 뿌리를 잘 뻗기 어렵게 되거나 뿌리의 호흡에 장애가 되고, 이것이 생육 장애를 일으키기 쉬워진다. 또한 채소가 침수되면 점토화된 흙이 잎사귀 등을 오염시켜 생육에 장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상품 가치를 떨어뜨린다. 

 

장마기에 위와 같은 피해를 줄이려면 첫째 멀칭을 실시한다. 흙이 빗물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흙의 표면에 비닐이나 낙엽, 짚 등으로 덮어 멀칭을 한다. 흙의 표면에 멀칭하는 것에 의해 채소 주변에 자라는 잡초나 빗물에 의한 흙의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빗물에 의해 흙이 튀어 채소를 오염시키고, 토양 중의 병원성의 곰팡이나 세균이 채소에 부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비가림 시설을 하거나 비가림 시설 내에서 재배한다. 비가 직접 채소에 닿지 않도록 아치형의 지주를 세우고 비닐 등으로 상부를 덮는 방법으로 비가림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비가림 시설을 할 때는 측면까지 막아 버리면 통풍이 나빠져 곰팡이 등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셋째, 배수가 잘되도록 한다. 빗물이 고이지 않고 배수가 잘되게 하여 채소가 침수되지 않도록 한다. 또 물 빠짐이 나빠 채소의 뿌리가 호흡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채소 재배시는 장마에 대비한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폭우는 채소의 재배에 많은 악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채소 가격이 높아지기 쉽다. 그러므로 장마철 특히 엘니뇨 현상에 의해 채소 가격이 높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비가림 시설 내의 유휴 공간 등에 채소를 식재해서 재배하고 출하하는 등 피해는 줄이고,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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