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치유농업, 농촌의 희망인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9-05 08:43:32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의 희망이다. 치유농업은 농촌의 신성장 동력이다. 치유농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이다. 치유농업은 농가 소득 확대를 위한 대안이다. 각광 받고 있는 새로운 농업...치유농업. 농촌 활성화 치유농업에서 찾는다. 암환자 우울감, 치유농업으로 달래드립니다. 치유농업으로 소득증대ㆍ건강 증진까지...

 

신문 기사 제목만 보면 치유농업은 농촌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진다. 신문 기사뿐만 아니라 치유농업에 관한 여러 칼럼도 마찬가지이다. 10월 12일 '2023 국제농업박람회' 부대행사 일환으로 진행되는 심포지움인 '기후 위기에 대응한 치유농업' 이라는 제목 또한 모호하다.

 

치유농업이 농촌의 소멸을 막거나 희망이 되려면 주요한 소득원이 되거나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치유농업이 농촌의 주요 소득원으로서 비중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앞으로도 시설원예, 축산, 쌀농사처럼 주요 소득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구상적(具象的)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위의 치유농업에 관한 것들은 뜬구름처럼 추상적(抽象的)이고,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불과할 뿐이며, 심지어 선동적이기도 하다. 식물이나 동물을 매개로 하는 행위에 따른 치유 효과는 많은 연구와 역사에서 증명하고 있는 분명한 사실이나 그것만으로는 치유농업이 농촌의 희망이 될 수는 없다.

 

치유농업의 본질은 치유이나 농업 분야에서 치유농업 도입의 본질은 새로운 수입원이다. 치유라고 하면 농촌에서 생산하는 먹거리 등 국민의 건강에 기여하는 것들은 많다. 특히 먹거리 생산은 국민 건강에 기여하면서도 농업의 주요한 상품이다. 농업의 중요한 소득원인 농작물은 단순 생산에서 부가가치를 높인 가공품(6차 산업) 등으로 확대되어 왔다.

 

농작물은 6차산업까지 확대되고 있으나 국제 경쟁력 악화, 수입품 증가, 인구 감소에 따른 국내 소비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새로운 소득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치유농업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치유농업이 농촌 소득원보다는 치유에만 중점을 둔다면 그것은 보건복지부의 일이며,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해야 할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과 조직은 농작물의 생산, 유통, 가공 등 국민의 먹거리 생산과 농민의 소득증대와 관련된 것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농촌을 살리고, 인구 농촌인구 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순수한 치유농업의 실시에 따른 수익모델을 갖추고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되고, 그것이 농촌 거주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한 어렵게 취득한 치유농업사 자격증 취득자가 취업하거나 일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되는가? 치유농업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관련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되고, 농업소득에는 차지하는 비율은 또 얼마나 되는가? 아무리 너그럽고 넉넉하게 생각해 봐도 “치유농업이 농촌의 신성장 동력이나 농촌의 희망이 된다”라는 주장은 “한참 과장됐다”라는 생각이 든다.

 

치유농업에 이처럼 구호만 난무할 뿐 알맹이가 없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우리나라의 치유농업 같은 그린케어가 치유사의 취업, 농촌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대만에서 그린케어는 ① 그린필드, ② 그린다이어트, ③ 그린테라피, ④ 그린 동행이라는 4개의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전국의 그린케어 스테이션(綠色照顧站, Green Care Station)에서 실시되고 있다.

 

위의 4가지 개념 중 ①은 농촌 고령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설이며, ②는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여 고령자들의 영양적 요구에 맞게 음식 교육과 나눔 식사 서비스이다. ③은 원예치료사 등을 고용해서 고령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치유농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④는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고령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추적하면서 고령자들로부터 농업 노하우 등을 배우는 동행사업이다.

 

위의 4가지 중 원예치료사 또는 치유농업사가 취업해서 ③ 또는 ④을 담당한다. 위의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 거주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원예치료사(또는 치유농업사)가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농촌 고령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치유농업은 농촌의 희망이라는 구호와 추상적인 효과만 내세우기 전에 현재보다 더 정교한 시스템을 짜고, 실행해 실질적으로 농촌에 희망이 되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3. 농촌 고령자를 위한 대만의 그린케어.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 2023-07-28

허북구. 2021. 치유농업 추진,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 해야.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 2021-06-30.

허북구. 2021. 치유농업, 치유농장의 수익성 대책은?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 2021-06-28.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35632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지리산 노고단에 핀 진달래
  •  기사 이미지 보성군, 연둣빛 계단식 차밭에서 곡우 맞아 햇차 수확 ‘한창’
  •  기사 이미지 강진 백련사, 동백꽃 후두둑~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