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보성 녹차를 위한 찾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9-12 08:08:32
  • 수정 2023-09-12 15:45:50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 용기(유리잔, 머그잔 등)의 색상, 모양, 재질, 질감 등의 시각적, 촉각적 정보는 용기에서 마시는 음료(와인, 커피 등)의 맛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음료를 마실 때 항상 그러한 정보를 입력하고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음료를 마시는 동안 용기의 전체적인 모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 츄오대학(中央大学),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学), 도쿄대학(東京大学)의 공동 연구팀은 음료를 마실 때 입술에 닿는 용기 주둥이의 두께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즉, 입술에 대한 촉각 입력이 음료의 맛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두께가 다른 두 개의 유리잔(얇은 유리잔의 경우 2.1mm, 두꺼운 유리잔의 경우 2.2mm)을 준비했다. 주둥이가 두꺼운 유리잔은 얇은 유리잔보다 물리적으로 더 무거웠다(228g : 159g). 시각적으로 두개의 유리잔은 거의 동일했다.

 

유리잔에는 실온의 녹차를 따라 담았다. 실험에 녹차와 유리잔을 사용한 것은 녹차의 경우 일본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음료 중의 하나이며, 유리잔은 차가운 녹차를 마실 때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었다.

 

녹차는 일본 시중에서 판매되는 2종의 무가당 병 녹차였다. 맛의 평가는 눈을 가린 참가자가 번갈아 가며 유리잔에 담긴 녹차를 마시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차 한 잔에 대해 음료의 단맛, 쓴맛, 신맛, 부드러움, 풍부함, 차가움 및 맛을 평가했다.

 

실험 결과 두꺼운 유리잔의 녹차는 얇은 유리잔의 녹차보다 달콤하고, 주둥이가 얇은 유리잔은 두꺼운 유리잔에 담은 녹차보다 쓴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유리의 무게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무게가 미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께와 무게가 자연스럽게 조합되었을 때, 녹차의 맛은 유리의 두께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동일한 음료에 대해 유리잔의 두께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취향, 즉 개인의 취향에 맞는 음료의 식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레스토랑, 카페, 펍 등의 업체에서는 손님들이 원하는 단맛과 쓴맛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적절한 두께의 유리잔을 선택해야 함을 시사하기도 한다.

 

일본인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녹차의 맛에 더 민감할 수 있으며, 이는 그 효과가 두드러졌을 수도 있다. 참가자들에게 녹차의 음용 정도를 질문하지 않았으나 녹차에 대한 친숙도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유사 연구 결과를 감안했을 때 유리잔의 두께가 맛의 일부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높은 객관성을 지닌다. 

 

따라서 보성 녹차에서도 녹차를 맛있게 음용하려면 보성 녹차를 위한 찻잔이 필요하다. 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맛있는 차를 만들어도 찻잔의 색과 모양, 주둥이 두께에 따라 맛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보성 녹차를 맛있게 하는 찻잔을 만들고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위의 연구보다 진취적이고 보성의 실정에 맞는 연구와 그 결과에 따른 찻잔이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자료 출처]

Ichimura, F., K. Motoki, K. Matsushita, and A. Ariga. 2023. The tactile thickness of the lip and weight of a glass can modulate sensory perception of tea beverage.  Food and Humanity 1:180-187.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35687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곡성 곡성세계장미축제 개장
  •  기사 이미지 김이강 서구청장,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참석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