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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음식과 남도 음식의 세계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2-14 09:04:35
  • 수정 2024-02-14 09: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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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설 연휴가 끝나고 갖가지 사연들이 화제로 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한국공항공사 등에서는 이번 설 연휴 기간 해외를 오가는 여객은 124만 명으로 추정했다. 제주 방문객은 '19만 8천명'으로 지난해보다 25.2% 늘었다고 한다.

 

설 연휴 기간에 해외나 제주도 여행객은 늘었다고 하나 목포행이나 여수행의 기차는 예약이 쉽지 않았다. 남도의 시골 마을마다 자동차가 골목길을 메울 정도로 주차되어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서 설을 맞이했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을 맞이한 것은 나이 든 부모와 형제, 고향 산천과 그리운 고향의 맛이었다. 도시의 집과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설음식들을 먹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들을 가졌을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음식들이 많고, 만들지 않은 음식이 많아졌으나 과거에는 1년에 한 번만 먹는 음식 등 그 집안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이 설에 총동원되었다. 과자, 정과, 떡, 음료, 조청, 각종 나물류, 특별한 음식 등을 만들어 놓고, 설 차례상에 올리고, 손님을 접대하고 남은 음식들은 보관해 두면서 대보름까지 먹었다.

 

그 음식들은 우리 전통 음식이었고, 남도 음식이었는데,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빈 자리에는 설 명절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서양식 음식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었다. 남도 음식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으며, 남도 음식을 국가 브랜드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구호가 무성한데도 남도 음식은 우리의 안방인 전남에서 그것도 설음식에서부터 사라지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연로하신 어른들이 음식 준비하는 노고를 줄이고자 하는 것과 함께 시골의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하려는 효심이 작용한 듯 하다. 또 다른 이유는 남도 전통 음식보다는 도입 음식에 길들어진 입맛, 도입 음식을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 포장과 유통 정석이 좋은 특성, 조리하기 편하고, 먹기 좋게 개발된 특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 곳곳에 로컬푸드 전문점이 있음에도 수입 농산물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로컬푸드 매장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지역에서 이용는 것에 의해 식량자급률의 향상, 생산자의 투명화에 의한 안심 안전, 단거리 수송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 최소화에 의한 지구 온난화 대책, 지역 진흥이나 현지의 전통적인 식문화에 대한 이해 등 장점이 많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역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중 수입산의 비중은 적지 않다. 해외에서 다양하고, 저렴하며 양질의 것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글로벌화에 따라 각국이 상호 제공하는 국제적인 분업 체제를 구축하고, 규모화에 의한 생산성 향상, IT 기술 등이 더욱더 진전되고 있는 환경의 영향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도의 설음식은 남도 음식의 종합세트와 같은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수입산에 밀려나듯 설날에도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비즈니스로서 세계화가 가능한 품목, 규모, 가공과 유통에 관한 연구 개발은 찾아보기 힘들다. 남도 음식의 세계화 목소리는 높아도 남도 음식의 소규모 생산에 의한 생산성 저하라는 문제점 개선, 차별화, 브랜드화, 안정적인 품질 관리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남도 음식이 세계화가 되려면 전라도식 남도 김치 담그기 시연, 남도 발효음식 한상차림 등 이벤트 위주가 아니라 남도 음식 품목별에 따라 표적시장과 규모 설정, 문화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기 위한 연구 개발, 차별화와 지명도 향상에 관한 전략과 전술에 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품목에 따라서는 일괄 체계 구축, 생산성 향상, 생산과 판매처가 명확해 소비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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