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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레스토랑과 손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5-23 09: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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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시골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아무 때나 들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익숙한 이름의 식물 꽃에서부터 일부러 이름을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식물까지 다종다양하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꽃들을 피우는 식물들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두고 영업을 하는 레스토랑, 즉 꽃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다.

 

꽃 레스토랑의 손님은 곤충과 새 등이며, 상품은 달콤한 꿀과 영양이 가득한 꽃가루이다. 꿀을 먹으러 온 손님들은 꽃가루 운반이라는 대금을 지불한다. 꽃들은 여러 종류의 꽃과 경쟁 관계에 있으므로 자신만의 꽃 색이나 향기로 손님을 불러들이고 자신을 홍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레스토랑에는 프렌치나 이탈리안 등의 전문점이나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는 것처럼 꽃의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하며, 누구에게라도 올바른 정보가 적절하게 전해지도록 색채를 배려한 것을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는 데 꽃들은 이것을 활용한다.

 

꽃에서는 노란색과 흰색이 꽃의 컬러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곤충은 빛에 끌리는 본능이 있는데, 밝은 노란색이나 하얀색의 꽃은 곤충을 유인하는 효과가 높다. 이 유형의 꽃의 단골손님은 꽃등에, 파리, 갑충류, 작은 벌과 같은 일반적인 곤충이므로 패밀리 레스토랑이 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폭넓은 곤충을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종류의 꽃은 상향으로 평평하게 피어 있다. 서투른 벌레도 꽃에 앉기 쉽고, 꽃을 꿀을 빨기 좋은 형태로 되어 있다.

 

한편 자운영처럼 꽃이 입체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것들은 곤충이 꿀에 닿기 어렵다. 이러한 꽃들은 전문점 타입의 레스토랑에 해당되는 것으로 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다. 곤충이 와서 꿀을 먹어도 꽃가루를 옮기지 않으면 꽃 레스토랑은 손해가 된다.

 

그래서 자운영과 같은 전문점 타입의 꽃 레스토랑에서는 확실하게 꽃가루를 운반해 주는 손님만을 선택한다. 입체적인 자운영꽃은 꿀벌이 아래쪽의 꽃잎을 발로 꽉 눌러 내리면 꽃이 열리고 안쪽의 꿀에 입이 닿게 된다. 그 순간 숨어 있던 꽃가루가 튀어나와 꿀벌의 복부에 붙는다.

 

꽃의 레스토랑에는 꿀을 좋아하는 동박새나 직박구리 등의 새도 온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꽃잎을 발판으로 해 꿀을 빨고, 꽃가루를 옮긴다. 꽃 레스토랑은 꽃이 지고 나면 씨앗이 맺히면서 씨앗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씨앗 레스토랑이 되면 손님은 곤충보다 새가 많게 된다.

 

새들은 열매와 씨앗을 먹고, 씨앗을 널리 퍼뜨려 준다. 식물들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된 껍질을 가진 열매와 씨앗으로 새를 불러들인다. 또한 새가 삼키기 쉽도록 껍질은 쫄깃하고 과육은 먹기 쉽고, 소중한 씨앗은 소화되지 않도록 단단히 지켜지도록 되어 있다.

 

식물 자체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나 꽃과 열매 레스토랑을 열어 곤충 및 새와 같은 손님을 불러들이고 있다. 시골의 문밖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풀꽃은 단순하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외에 풀꽃조차도 레스토랑을 영업하는 것처럼 치열하게 살고있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풀꽃, 나무, 벌레, 새가 공생하면서 함께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자료출처]

茂木登志子. 2024. 散歩で出合う花たち 身近な自然に親しもう!. ヘルシスト284号2024年3月10日, https://healthist.net/food/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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