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독자투고)코끼리의 세상살이 도전
  • 기사등록 2008-02-28 00:36:00
기사수정
 
신학기철이 다가오는 요즘,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는 직업 탓인지 마음이 분주하다. 학생신분을 망각하고 비행에 연루되었거나 말썽부리면서 교칙을 위반해서였던지, 그냥 공부가 싫어서였던지 아무튼 여러 이유로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을 이제는 어설픈 어른 흉내 그만 내고 다시 배움의 품안에 깃을 틀면서 그 나이 때쯤 으레 있을 법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여느 또래아이들로 되돌려놓고 싶은 바람에서이다.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못돼먹은 비행문화의 허상을 깨뜨리도록 지지와 강화, 행동수정을 하고, 특히 학교를 중도 탈락한 보호관찰 청소년들에게는 마음과 생활을 다잡고 복학을 지도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녹록치만은 않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는 규칙적인 학교생활이 벌써부터 지친 마음에 싫은 경우도 있고, 더러는 다시 학교에 들어가면 ‘문제아니’, ‘비행전력이 있느니’ 등 따가운 시선이 두렵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수고와 편견쯤이야 남에게 입힌 상처에 견줄 바 못 되며, 인과응보요,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당연하게 감내해야 되고, 나아가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죄위험성을 경계하자는 말에도 실감한다. 다만 자신의 비행에 마땅한 처벌을 받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경우에는 범죄자의 낙인이나 굴레를 씌우는 것보다는 또 다른 출발을 위한 관용과 아량을 베풀어줄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물며 나이 어린 이들에게 어리석은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 주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싶다.

물론 주변의 시선이 부드러워지기를 바라는 것에 앞서, 복학을 하겠다는 이들부터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된다. 비행문화에 찌들었던 말투, 걸음걸이, 어쩌면 가방을 메는 습관마저도 바꾸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된다. 그래서 조금 늦었지만 일반 학생들과 같은 무늬 옷을 입고 싶어 바동바동 애쓴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범죄를 행했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된다.

그러나 이들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비행의 온상이 되어 다른 학생들에게 전염시키지 않을까하는 염려로 복학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도 있지만, 열성적인 교사들과의 연계지도, 또래아이들의 역할모델수행 등 다각적 지도방법을 통해 보통의 아이들과 별반 차이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따뜻한 관심하나로도 이런 조급한 편견과 우려를 녹여버릴 수 있음을 경험하곤 한다. 아마도 우리 학교와 아이들은 이미 훌륭한 자정시스템과 성숙한 범죄대응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들이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와 적응하도록 주변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아까워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둠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고 따뜻한 응원가를 불러준다면, 원래부터 범죄자가 아님을, 순수한 사춘기 소년임을 깨닫고는 둔탁한 쇠사슬 소리에 지레 놀라 스스로를 덧씌워 옥죄던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코끼리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그리하여 모든 곳에서 살맛나는 세상살이 도전에 동참하는 그들을 보고 싶다.

〈 목포보호관찰소 책임관 문덕오 〉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474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  기사 이미지 오늘은 우리들 세상
  •  기사 이미지 보성군·하동군 100년 이상된 고차수 식재 ‘다원결의’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