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최남단 땅 끝 관광지에서 근무하다 보면 국토순례 단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해마다 땅 끝에서 출발하고 있는 국토순례단의 인원만도 8천여 명에 이르고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이들 국토 순례 단은 크게 도보와 자전거 행진으로 나눠지고 있으나 이 두 가지 모두 도로를 이용해 행진함으로써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더 황당한 일을 겪은 바 있다. 장마철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고 있는데 50여명이 도보로 빗속을 행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사고예방을 위해 행렬 앞에서 에스코트를 해준 사실이 있다.
폭우 때문에 앞 뒤 분간조차 하기 어려웠고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위험이 예상됐기 때문에 에스코트를 해준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토순례단의 안전상태를 살펴보니 한 숨이 저절로 나왔다. 국토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로 편성돼 있었으나 안전에 필요한 대책마련은 너무 허술하고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진과 의약품 확보는 물론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는 차량 등 장비는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폭우가 내리게 되자 불투명한 어두운 비옷을 입고 있어 개인의 몸에 부착된 야광조끼 등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실태였다.
그리고 도로상을 걸어가면서 행렬질서를 무시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보행으로 교통사고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자전거를 이용한 국토순례 단 또한 마찬가지로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본다.
야간에 행진을 강행하면서도 야간표시규정을 잘 지키지 않고 소홀히 하고 있다. 국토순례 시 안전에 필요한 장비, 안전요원, 의료진 등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본다. 교통안전과 순례단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국토순례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