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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없는 희망, 무량수전(無量壽殿)
  • 기사등록 2012-04-18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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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그제 밤에는 날씨가 고르지 못하였음에도 행사가 끝나버린 공간의 영암 군서면 벚꽃을 찾아서 어둠의 백리 길을 달려 만개한 순간의 향연을 은은하게 감상하였습니다.

깜깜한 어둠속에서 외로움에 힘이 다한 듯이 보이는 고목들의 둥치를 향하여 차량의 불빛을 쏘아 보내니 그야말로 눈이 부시는 현란한 꽃잎들의 함성이 가득하였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한 사물들도 어둠의 장막이 가려버리면 그저 하나의 적막하고 허무하게 보이는 정적으로 비추어 보일뿐 입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장엄하게 치솟는 태양의 빛살에 의하여 어둠에 묻혀있던 만물을 깨워 그야말로 생동하는 찬란한 아침을 몰고 올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침이 먼 어둠일지라도 비록 인간이 지어낸 연약한 피조물로 잠에 취한 아름다움의 정령들을 깨워 갈증에 허덕여지는 가슴에 접목을 시켜보는 것입니다.

혹한의 겨울 아득한 시련들을 장대하게 이겨낸 헤아릴 수 없는 꽃잎들이 양손을 활짝 열고 우후죽순처럼 일어서는 무언의 기상으로 우리들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염원은 무엇일까요.

꽃잎들의 뒤를 이어 터질 듯이 은근한 기운을 양 볼에 가득하게 머금은 잎눈들의 함성은 어떠한 모습으로 피어나 무심한 인간들에게 가슴 저려오는 사연을 속삭이게 될까요.

이미 피어난 의미들 뿐 만이 아니라 대지를 울리며 생동해오는 만물의 사연들과, 힘들고 고단한 계절의 문턱을 넘어선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잔잔하게 울려오는 간절한 소망은 또한 무엇일까요.

며칠 전 천방지축, 좌충우돌로 몰아치는 바람에 의하여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민초들을 향하여 어떠한 춤사위를 펼쳐 그들의 멍든 가슴에 가냘픈 흔적을 남기셨는가요.

애달픈 그들 작은 소망의 한 조각이라도 키워 갈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위하여 이제는 진실의 문을 열어 민초들의 소리 없는 함성에 겸허하게 귀를 열고, 아름다운 세상을 꾸려가는 덕목이 무엇인지를 애써 찾아가는 구도자의 출발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향이 없는 꽃에는 벌 나비가 모이지 않듯이 성신의 마음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는 초목들도 외면하고 석불마저 등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미련을 버리면 진실이 따를 것이며, 허상을 버리면 실상이 자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향연에 취하여 군서면 해창리의 밤을 하염없이 마시는 동안 얼마나 시간이 지나 갔는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 취할 것이 없다는 느낌과 함께 벌떡 일어나 자연스럽게 꺼칠한 눈망울을 굴리며 몽롱한 의식 속에서 꼭두새벽을 그저 응시하고 있습니다.

문득 지난밤 들판에 남겨둔 벚꽃들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잘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무심코 티브이를 켜니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이 깊고 깊은 산중의 도인처럼 나타나고, 초저녁에 여운을 남겨두었던 사나이에게 문자를 날려 벚꽃의 향연에 동참할 것인지를 호소하니 곧바로 응답이 왔습니다.

새벽의 여인을 정갈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을 끼얹어 심신을 정리하고, 04:26경 군서면 해창리를 출발하여 꽃길 백리를 되돌아가며, 거짓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였습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여인은 어느 가수가 표현한 애절한 사랑의 표현이었는데 정작 목포에 도착한 이후에도 다시 보고 싶은 아찔한 자태가 눈에 선하게 스쳐 갑니다.

잠시 동안 취하여 느끼지 못하였던 출출해진 뱃속을 달래려고 콩나물 해장국 집을 찾아 껄쭉한 모주 2잔과 함께 나의 애마에 활기를 주입하였습니다.

마지막 한 방울의 국물을 마시고 자리를 일어서려는 뚝배기 너머로 고향땅에서부터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같이 하였던 한 사나이가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나의 반대편에 말없이 서 있습니다.

너무나도 반가운 나머지 등짝을 가볍게 두드리고 어차피 갈 길이 달라 촌음의 만남과 이별을 서둘러 문을 나섭니다.

예약된 시간의 부담이 없다면 같이 앉아서 모주를 몇 잔 더 기울이고 싶은 충동과 함께 속박을 벗어난 새삼스런 자유가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립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제 아침에 시간이 촉박하여 미루어 두었던 세탁기의 전원을 누르고 무언가 의미를 남겨 보려 하였지만, 느닷없는 피로가 엄습하여 네다리를 활짝 펴고 천장을 향해 명상에 잠겨봅니다.

두 잔의 차가 식을 정도 잠간 동안의 휴식과 함께 백색의 드레스를 걸친 현란한 추억의 잔영이 어우러져 무척이나 달콤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시골 이장으로 불리는 저의 행복은 바로 이 순간 이곳에 있습니다.

눈을 뜨고 시계를 쳐다보니 07:00경인데 약간의 여유가 느껴지면서 그냥 생각의 끈 한쪽을 붙잡고 이리저리 돌리고 돌려 봅니다.

더 이상 돌려볼 것이 없어진 다음 또다시 마음의 창을 열어 보니 내 인생에 몫을 지어준 30여분이 개운하게 사라지고 없습니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으면서도 더 이상 지체할 것도 없습니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물들에게 제 자리를 찾아 최소한의 정돈만 하여 주고는 또다시 길을 나섭니다.
봄빛이 완연한 아침의 발걸음은 참으로 상쾌하고 힘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은은한 감상을 남겼던 무량수전의 처마 끝이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한 번도 마주해 보지 않았던 영주 부석사와 무량수전, 석등과 소조여래좌상의 흔적을 찾아 계속하여 인터넷의 여행을 떠가고 있습니다.

절터를 잡기 위하여 무려 5년간의 세월을 태백산맥의 봉황산을 헤매었다는 의상대사와 이를 도우려는 선묘낭자의 전설에 대한 상념이 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오래된 목조건물로 건축양식이 빼어나고 특이한 공법에 의하여 지어져 무수한 세월의 부침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과 내려다 보이는 산곡들의 자태가 너무나도 수려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더해지고 간결하고 단아한 건축물의 매력과 그 양식 등에 대하여 추가로 설명을 해보거나, 퇴색되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은근과 끈기에 대하여 말로 더하여 표현한다면 오히려 부족하여 사족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만 시대를 달리하여도 사람이 사람을 진실로 사랑하고 중생을 구도하려는 지극한 염원만은 변함없이 절절하게 가슴을 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끝없이 살아가는 무량한 덕을 베푸는 아미타여래 불을 모시는 전당은 얼마나 오래된 세월을 지켜야만 하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뿐입니다.

아미타여래 불을 모시려는 지극함과 함께 그 전당을 마련하려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 쌓여가고, 돌과 흙으로 다진 공간들에 맺힌 땀방울과 정성들이 하나씩 모여 사람들의 한걸음을 부처님께 이끌어 가는 가없는 희망은 어디에서부터 발현된 것인지 실로 그 시작과 끝이 모호하여 알 수가 없습니다.

꽃잎의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인간과 무량수(無量壽)의 부처님을 모시려는 무량수(無量數)(숫자 불가사의 의 10의 88승, 또는 10의 128승)의 염원은 영구한 민족의 미래를 꿈꾸는 격동의 세월에 있어서 누구를 막론하여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전당이 스스로 품은 이상의 한편일지라도 우리들 어리석은 중생들이 되새겨보는 순간에라도 세상을 맑고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지고지순한 이상향이 될 것입니다.

삼베수의에도 없는 주머니를 채우려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등불이 꽃잎의 자태를 비추어 내듯, 홀린 듯 불국정토나 천국으로 이끌어가는 무량한 마력으로 영원토록 새롭게 피어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여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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