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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본부, 의사 성과급제 폐지 요구
  • 기사등록 2012-07-18 12: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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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는 2012년 7월 18일(수) 오전10시30분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의사 성과급제 페지를 요구하며 의사차등성과급 및 진료실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환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의사 성과급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최근 포괄수가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의 의료비 증가 속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다.
최근 발표된 2012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9% 수준으로, OECD 평균 4.5%의 두 배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출 증가율이다.

한국의 의료비 증가는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시행으로 의료 이용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만성질환 의료비가 증가한 것 외에도, 한국의 병의원이 지속적으로 의료의 양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세계 나라 중 일본과 더불어 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하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의료 행위에 따라 병원 혹은 의사에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 하에서는 필연적으로 의료의 양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검사나 처치를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과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구조이니, 병원과 의사가 환자나 진료회수, 검사량, 처치량을 늘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행위별 수가제 외에도 의료비 증가를 촉진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의사 성과급제이다. 의사 성과급은 개별 의사의 성과에 따라 의사 보수액이 다르게 지불되도록 설계된 제도다. 그런데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사의 성과를 매출액 혹은 환자 진료량으로 평가함에 따라, 이는 실질적으로 환자 진료 매출액에 따라 의사 보수액에 차등을 두어 지급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의사성과급 제도는 세 가지 측면에서 치명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의사 성과급 제도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린다. 대학병원 의사 성과급의 재원은 많은 부분 선택진료비로 구성된다. 현재 선택진료비는 100%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니 의사가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 선택진료를 늘리면 늘릴수록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진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0년 진료비 본인부담 실태조사 결과, 선택진료비는 종합병원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전체 액수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종합병원 본인 부담 진료비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의 진료비 본인부담액이 높은 이유는 선택진료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선택진료비가 의사 성과급 때문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의사 성과급 제도는 의료를 왜곡시키고 의사의 전문적 자율성을 침해한다. 매출과 행위량에 비례하여 의사 보수가 결정되므로, 의사들은 교과서적이지 않은 진료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환자당 진료시간을 1분 이내로 줄이면서까지 외래 환자수를 늘리게 된다. 수술 실적을 늘리기 위해 꼭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도 수술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검사, 오히려 위험성이 높아 피해야 하는 검사도 실적 때문에 하게 된다. 교과서적 의료는 필요 없는 검사, 수술은 최소화하는 것이고,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이 병원의 경영 방침 때문에 무너진다. 이 와중에 의사들은 자신들의 전문적 자율성을 침해받게 되고, 단순 매출에 의해 병원 내 의사의 서열이 정해지는 떨떠름한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가 된다.

셋째, 의사 성과급 제도는 병원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강화시켜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의사가 의료량을 늘리고 환자수를 늘리게 되면 당장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은 병원 노동자들이다. 인력은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환자수, 검사수, 수술수만 늘어나면, 병원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게 되고, 전체적인 노동시간과 야간 노동도 늘어나게 된다.

이는 병원 노동자의 노동과 삶의 질에 직접적 악영향을 끼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병원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늘어나고 노동시간이 증가하여 병원 노동자가 불건강하게 되면 의료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은 병원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인적 서비스 질에 전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의사 성과급제는 환자 부담을 늘리고, 의료를 왜곡하고, 의사와 병원 노동자 모두를 괴롭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는 전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의료를 돈의 흐름에 좌우되는 상품 논리로 접근하게 만드는 제도다. 그러므로 의사 성과급 제도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의사 진료량 혹은 매출에 따라 의사 보수액을 다르게 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성과급 제도에 따라 병원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병원은 이득이겠지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기 때문이고, 일반 기업과 병원은 운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한 생산성 향상이 제일의 목표일지 몰라도, 병원은 적은 환자 부담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최고의 목적이다. 그러므로 의사 성과급제의 목표와 병원의 운영 원칙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어 있다. 의사 성과급제가 전면화되면 될수록 병원은 제 모습을 잃어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형 종합병원은 앞다투어 의사 성과급제를 실시하고 있고, 이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국 제1의 국립대병원이고 의료의 본령을 제시해야 하는 교육, 연구의 중심 병원인 서울대병원마저 이러한 세태에 휘둘리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국립대병원, 더 나아가 공공병원은 더 이상 이러한 수익 중심의 병원 운영 행태를 벗어던져야 한다.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은 병원의 공익적 기능에 충실하고 교과서적인 진료를 행함으로써, 다른 민간병원에 모범을 보이고 진료 경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상업적 행위를 일삼는 대형 재벌병원이나 네트워크 병원의 행태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도 따라해서야 되겠는가?

정부도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이 의사 성과급을 폐지하고, 이윤 중심의 출혈 경쟁에 나서지 않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하고, 과다한 상업적 의료 행태에 규제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의사와 병원 노동자의 노동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2012. 7. 18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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