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그 시절 누군가 나를...
  • 기사등록 2012-07-31 09:00:47
기사수정
 
한 순간의 실수로 법의 그늘에 들어온 비행청소년들이 다시 잘못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는 나는 이들이 언제 다시 실수를 할지 늘 조마조마하다.

그런 경우를 예방하고 또 방학을 맞아 경각심을 주는 의미에서 비행청소년들을 위해 목포보호관찰소에서는 교도소 참관 기회를 마련했다.

거듭된 실수의 종착지가 어떤 곳인지를 실제로 보여주고 체험시켜 주면서 자신의 행동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또 책임감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고만고만한 나이 때 아이들 40여명이 모이면 시끌벅적할 만도 한데 교도소를 구경 간다는 말 때문인지 교도소 호송 차량에 몸을 실은 아이들 사이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흐른다.

먼저 교도소 본관에서 시청각자료를 관람했다. “순간의 쾌락에서 벗어나 평생 떳떳하게 살면서 자유를 만끽하라”는 마지막 문구를 무겁게 느끼며 드디어 거대한 담벼락 아래 육중한 철문 속으로 들어가 검은 군복의 기동타격대 직원들 사이로 몇 개의 철문을 통과해서 수용자들이 실제 생활하는 거실을 둘러보고 수용자의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비행청소년들 앞에 선 40대 수용복의 남자는 아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학교에 가기 싫었다. 아니 가지 않으니까 부모, 교사들이 더 관심을 가져줬다. 친구를 때리는 건 취미였고 돈까지 빼앗는 건 당연한 권리였다. 결국은 살인까지 했다. 작년 16년 만에 귀휴하여 재판 당시 사망한 부의 산소를 찾았다.

복귀 후 수일을 뜬 눈으로 지새며 인생의 후회를 63빌딩까지 쌓아올렸다 허물곤 했다. 함께 주먹을 날리던 친구들은 모두 종적을 감추었고 이 죄인의 목숨을 붙잡아 주는 것은 오직 가족뿐이다.” 그는 서툰 인사를 남기고 쓸쓸히 돌아갔다.

무더운 여름 한 가운데에서 무겁고 힘든 곳에 들러 여러 가지 체험을 해 본 오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충격이 누군가에게는 스릴이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소풍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17년을 복역한 그 수용자가 말처럼 “그 시절 누군가가 나를 이곳에 먼저 데려와줬더라면...” 비행청소년들이 다시 잘못하지 않고 바르게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했던 오늘 우리의 관심이 이 아이들의 가슴에 좋은 씨앗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비행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지낸지 벌써 10여년, 우리 청소년들이 바람직하게 성장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질책과 훈계보다는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은 동시대를 공유하는 우리 어른 모두의 책임과 의무라고도 생각되며 우리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비행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그 날까지 한데 힘을 모아야겠다.

법무부 목포보호관찰소 주무관 김승용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8112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김이강 서구청장,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참석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  기사 이미지 오늘은 우리들 세상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