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삼십년 넘은 아파트 벽에
실금이 가고 있다
햇살이 바람에 출렁거릴 때마다
파문처럼 번져가고 있는 실금
바람의 그림자인 듯
햇살의 흔적인 듯
담쟁이덩굴 타고 뻗어가는 실금마다
지난 시간들이 멈춰 있다
‘아파트 재건축 조기 실현’이라고 쓰인
현수막 뒤로 번져가는 실금들
동맥경화증에 걸린 실핏줄처럼
툭, 툭 불거지고 있다
‘툭’ 과 ‘툭’ 사이
예고 없이 끼어드는 ‘쨍’하는 소
리실금에 골이 깊어져 가고 있다
팔순 어머니도 한 번씩 앓고 나면
온몸 실금 사이골이 깊어지곤 한다
《약력》
강진 출생, 2015년《인간과 문학》시 등단,
목포문인협회·목포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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