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백합, 나리로 부르자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08-19 09:25:21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최근 꽃 이름도 우리 것을 사용하자는 제안이 많다. 멀쩡한 우리 꽃 이름이 있는데, 다른 나라 꽃 이름 사용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지당한 말씀인데,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나리이다. 나리는 백합에 대한 우리 이름으로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백합대신 나리로 부르자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나리는 비늘줄기(인경) 식물로 96종 이상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참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땅나리, 중나리, 솔나리 등 11종이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나리 종류에는 모두 나리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나리류를 모아 부르거나 나팔나리 등을 부를 때는 나리의 중국명인 백합(百合)이라는 이름이 많이 사용된다.

 

백합이라는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된 연유는 많다. 첫째는 과거의 원예 관련 서적을 보면 모두 백합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금도 백합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들이 많고, 백합이라고 부르는 전문가들도 많다.

 

둘째, 백합의 백자를 흰백(白)자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흰색나리인 나팔나리를 주로 생산하고 이용했다. 그 나팔나리의 흰색과 흰백이라는 글자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백자가 사용된 백합이라는 이름을 당연시 하면서 일어난 오인이다.

 

백합에서 백자는 사람들이 흰백(白)자 이거니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백 백(百)자이다. 일백백자가 나리이름에 사용되게 된 유래에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많은 인편(百)이 합해져(合) 있는 구근의 형태적 특성에서 백합(百合)이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이와 유사한 것에는 여러 겹의 비늘로 둘러싸여 있는 구근 모습이 연꽃처럼 생겼기 때문에 ‘백년의 좋은 조화’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나리가 백합병(百合病)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사용된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백합병은 먹고 싶어도 먹히지 않고, 말이 없고, 누워도 잠들지 못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고, 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며, 입이 쓰고, 소변이 붉은 증상이다.

 

이 백합병에 대한 증상과 처방에 대해서는 중국 동한(东汉) 시대의 의학가인 장중경(張仲景, 150-219)의 저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나와 있다. 이것을 감안하면 백합이라는 이름은 1800년 이상 사용되었고, 사용역사가 오래된 만큼 한자권 문화에서 사용되면서 정착이 되었다.

 

셋째는 백합은 성모마리아와 순결을 상징하는 꽃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이용되면서 백합이라는 이름이 고착화되었다.

 

나리가 백합으로 불리어 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리라는 이름으로 통일되게 사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꽃 이름 하나에서부터라도 자주권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이름을 찾아서 사용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리의 경우도 농업관련기관,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백합대신 나리로 부르고, 나리로 써야한다. 일부 농업기술원, 관련 기관, 원예종자사업단, 백합 생산자 연합회 등 나리와 밀접한 기관과 전문가 등이 여전히 백합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상태에서는 우리이름의 정착이 요원하다. 백합의 백자를 흰백(白)자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꽃에 대한 문화보급과 교육 부족도 한 원인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중국에서 유래되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백합이라는 이름은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권 문화에서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사용 명분이라면 백합보다 더 널리 쓰이는 릴리(Lily)를 사용해야 한다. 릴리라 쓰지 않고 나리라 부르는 것은 우리 이름이 있고, 우리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정겹고, 나리에 대한 우리 정서를 표현하는데 좋기 때문이다.

 

산길을 걷다 보면 꽃이 활착 핀 참나리를 자주 만나게 되는 시기이다. 참나리라는 이름에 익숙해 있듯이 나리라는 이름도 우리가 자주 사용할수록 익숙해지고, 빨리 정착할 것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jnnews.co.kr/news/view.php?idx=28531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곡성 곡성세계장미축제 개장
  •  기사 이미지 김이강 서구청장,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참석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