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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도시농업과 재미농업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3-17 08: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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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봄의 시작과 함께 전남 여러 곳에서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도시농업은 ‘도시+농업’으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도시라는 공간에서 행하는 농업이라 해석할 할 수가 있다. 그 유래 또한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에 존재하는 농업과 관련이 깊다. 현재도 도시농업은 도시 내부에 있는 소규모 농지에서 경영하는 농업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도시농업은 이처럼 이름에서부터 도시라는 공간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도시농업 선진국에서 도시농업은 주로 도시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전남은 인구가 4만 명도 안 되는 군이 여러 군데가 있을 정도로 시골이며, 농업지역이다. 인구가 많은 지역도 도심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를 벗어나면 경작지로 둘러싸여 있다.

 

농업은 존재해도 대부분 도시가 존재하지 않은 곳이 전남인 것이다. 도시농업의 기능 중에는 빗물의 흡수와 순환 촉진, 도시 온난화 방지, 공기정화, 재해 발생 시 피난 장소 등의 도시환경 보전 측면과 공익적인 기능이 있는데, 이것 또한 전남의 시골 지역과는 상관 정도가 낮다.

 

순천시, 여수시, 목포시처럼 인구 20만이 넘는 지역도 있으나 이 지역 또한 농업인구와 농토가 혼재되어 있으므로 대도시에 비해 녹지와 농업에 대한 절박함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것저것 따져 보고, 도시농업을 이해하려고 해도 전남처럼 농민과 경작지가 많은 시골에서 ‘도시농업’이라는 명찰을 붙인 교육은 왠지 어색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시농업이라는 명칭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그대로 갖다가 활용하는 곳들도 있다. 시골은 많은 녹지와 경작지가 있는데도 도시에서 경작지 확보 차원에서 모색되고 있는 옥상의 활용법 등을 가르치는 기관도 있다. 교육 내용 또한 도시농업 보다는 가정원예의 비중이 큰 편이다.

 

전남에서 도시농업 상황은 이런데도 중앙으로부터 도시농업의 보급은 일방적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지역의 상황에 대한 고려나 문제의식 없이 일방적인 수용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해마다 도시농업에 대해 투자하고, 도시농업 교육은 반복되어도 지역 실정에 맞는 비전업 농업인의 실정에 맞는 발전 지향적인 농업 모델은 만들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전남의 여러 지역에서 도시농업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농업은 비농업인이 참여한다는 공통점은 있으나 장소 측면에서는 시골농업이다. 도시와 시골이라는 환경적 차이는 도시농업이 갖는 여러 기능 중 상당 부분이 상실되게 한다. 차라리 도시농업에 사용되는 종묘 등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도시농업을 위한 농업 또는 도시민을 위한 농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수긍이 갈 정도이다. 

 

국내에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이 도입된지 20여 년 정도가 되었다. 도시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면서 많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시골 지역이 많은 전남에서 도시농업은 장소적인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도시농업 프로그램의 실시 횟수가 많고, 텃밭 활동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해서 외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지자체가 있으나 그것은 도시농업의 본질적인 기능의 충족 및 수행과는 다른 차원이다.

 

시골인 전남에서도 도시농업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다고 항변하는 분들도 있다. 그것은 무료 교육, 텃밭 경작 지원, 기술지원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으나 본질적인 것은 농업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는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 점에서 전남에서는 도시라는 장소가 아니라 참가 목적에 비중을 둔 ‘재미 농업’이라 하고, 장소적 한계를 벗어나 참가자들이 재미를 더욱더 느낄 수 있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활용하면 도시농업보다 더 참가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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