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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감나무, 다각적인 용도로 전환해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
  • 기사등록 2021-03-18 09: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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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봄꽃들이 앞 다퉈 피고 있다. 희망의 봄은 왔는데, 감 재배 농가는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감을 생산해도 생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아 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배 고품을 겪던 시절에 감나무는 특별한 과수였다.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었으며, 감꽃이 떨어지고 나서 감이 형태를 갖추면 그때부터 먹을거리가 되었다. 떨어진 감을 서로 먹으려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풍경도 다반사였다.

 

전남 해안 지방에서는 풋감을 으깨서 그물과 옷 염색에 사용했고, 내륙지방에서도 옷 염색에 사용했다. 풋감 즙으로 염색한 옷은 질겨졌고, 여름철에는 풀을 먹인 것처럼 뻣뻣해서 땀에 젖은 피부에도 잘 달라붙지 않았다. 

 

감이 크고 조생종인 것은 떫은맛을 빼내고 먹는 감으로 이용되었으며, 육질이 치밀한 것은 수정과와 시루떡 제조용으로 이용되었다. 만생종 감은 곶감용으로 이용되었다. 만생종으로 당도가 높은 것은 조청처럼 이용되기도 했다. 

 

감나무는 배 고품을 달래주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운동회 때 소중한 간식이었으며, 마당가에 심어 놓은 몇 그루 감나무는 농가 부수입이 되었다. 감나무는 수명이 길어서 한번 심어 놓으면 몇 대에 걸쳐서 전해지면서 후손들이 혜택을 보기도 했다. 감 생산용으로 수명을 다한 감나무는 집안의 가구용 목재로 이용되었다.

 

각 집안만의 문화와 대소사에 맞춰서 심어지거나 전해져온 다종다양한 감나무는 주택개량이 되면서 없어지기 시작했고, 원예품종이 보급되면서 다수확품종으로 획일화 되었다. 원예품종의 감나무가 보급되면서 단위면적당 감의 수확량은 크게 늘었고, 수입도 늘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 달아 감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식용감은 수요는 정체되어 있으나 감나무의 이용은 다각화되고 있다. 염료용 감의 소비가 증가됨에 따라 감의 크기는 작으나 타닌 함량이 높은 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감나무의 일종인 태국의  맥누아(mac nua, Diospyros mollis) 열매는 태국산 실크를 검정색으로 염색하는데 사용되는 우수한 염료이다. 타닌 함량이 높은 감은 염료용뿐만 아니라 공업용 타닌의 소비 증가에 따라 수요 증가 또한 예상되는데 해외로 눈을 돌리면 미국 자생종 감 등 타닌 함량이 높은 것들은 많다.

 

감의 수확을 목적으로 했던 과거와는 달리 감과 감나무를 관상용으로 활용하려는 수요도 증가되고 있다. 분재용과 조경용 감나무는 나무가 크지 않고, 감의 크기 작으면서 서리를 맞아도 오랫동안 달려 있는 것들이 선호되고 있다. 조경수용 감나무의 묘목은 일반 감나무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감나무는 먹감나무처럼 목재용으로도 사랑받아 왔는데 과수용으로 재배한 것들은 재질도 재질이지만 관리에 좋도록 수형을 관리한 결과 목재로서의 가치는 낮다. 반면에 처음부터 재질이 좋은 감나무 품종을 선택해서 재배한다면 목재용으로 유망 시 되고 있다. 

 

감나무속 식물 중에는 흑단나무(Diospyros ebenum)와 미국산 감나무(Diospyros virginiana)처럼 목재용으로 사용되는 것들이 있다. 흑단은 인도, 스리랑카,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자생하는 감나무속으로 목재는 검고 단단하여 피아노 건반, 바이올린, 고급 장식 가구에 많이 이용된다. 미국산 감나무는 골프 클럽 헤드에 사용된다.

 

텍사스 감나무(Diospyros texana)와 멕시코 감나무(Diospyros nigra)의 열매는 사포테라 불리는데 감과 같은 모양이나 익으면 초콜릿처럼 생겼다. 그래서 '초콜릿푸딩과일(chocolate pudding fruit)'로 불리면서 사랑받고 있다.

 

감을 식용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감나무와 감의 용도를 다각적으로 생각하면 감나무 품종과 용도는 많고 많기에 선택의 범위가 매우 넓어지고, 활용폭도 넓어진다. 그동안 식용 차원에서 용도성이 낮아 소외되었던 전남 토종감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세계적인 감자원에 대해 쓰임새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고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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