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전남 곡성에서 열린 제24회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는 ‘섬진강별곡 시즌2–자연에 스미다’를 주제로 자연과 인간,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였다. 우천으로 공연 장소가 변경되는 상황에서도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축제를 이어갔다.

23일 압록유원지에서 열린 개막식은 ‘With 도깨비 & 두꺼비’를 주제로 곡성의 설화와 한국·일본의 신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생명굿으로 시작됐다. 일본 PAA 그룹을 비롯한 국내외 예술가들은 전통과 현대의 소리, 신체예술, 퍼포먼스와 즉흥 협업을 통해 갈등과 화합, 정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방글라데시 누룰 하크(Md. Nurul Haque) 국무장관도 축제 현장을 방문해 자국 예술가들을 격려하고 양국의 지속적인 문화예술 교류 의지를 나눴다.
지역 주민이 참여한 ‘도깨비쌀 모으기’는 공동체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지역 청년과 주민, 농협 관계자 등 100여 명(팀)이 참여하고 곡성 대표 쌀 백세미도 힘을 보탰다. 모인 쌀은 도깨비주와 두꺼비떡으로 나누고, 관객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는 등 지역 공동체의 온기를 전하는 데 활용됐다.

24일에는 비로 인해 야외공연 장소를 성륜사 설법전으로 변경했다. 성륜사의 배려 속에 마련된 공연은 빗소리와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무대로 펼쳐졌다.
25일에는 동화정원에서 예정된 프로그램을 일부 축소해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으로 옮겼다. 예술가와 지역 문화예술동아리,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한 ‘도깨비들의 장날’과 댄스파티는 일상적인 시장 공간을 축제의 장으로 바꿨다.

지난 10일 미실란에서 열린 ‘논두렁 패션쇼’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와 시니어 모델, 지역 여성단체 등이 참여해 농촌의 생활과 자원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농촌 유토피아 콜로키움과 움직임 치유 워크숍, 카페 낭만가옥에서 10월 30일까지 진행되는 SIEAF 아카이브전도 마련됐다.
곡성여성단체연합회와 대한적십자봉사회 곡성지회, 곡성여성라이온스협회, 곡성청년회 등 지역 단체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자원활동가들도 축제 운영에 참여하며 예술가와 주민을 잇는 역할을 했다. 주민들이 관람객을 넘어 축제를 함께 만드는 주체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는 2002년 한국실험예술제를 시작으로 이어져 온 민간 주도의 실험예술축제다. 김백기 예술감독은 서로 다른 장르와 문화권의 예술가들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나 새로운 창작을 시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왔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더튠(The Tune)은 즉흥 협업의 역동성과 창작 에너지를 강조했으며, 일본 PAA 그룹의 아티스트 모카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존중받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예술제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개년 계획을 통해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국제 공동창작과 지역 문화자원을 연계한 ‘농촌 유토피아형 예술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2028년에는 아카이브와 국제예술교류, 농촌 예술관광을 결합한 지역 예술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내년 25주년을 앞둔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는 예술가와 주민, 자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 비 속에서도 지속된 예술의 실험은 공연장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들며 곡성에서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었다.
이번 예술제는 한국실험예술정신(KoPAS)이 주최하고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SIEAF) 운영위원회가 주관했으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곡성군·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고 풀무원·미실란 등이 협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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