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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는 부실대학인가? 2013-09-05
이우송 jnnews.co.kr@hanmail.net
이번에 성공회대학교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이 되면서 '진보 성향 학풍을 길들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과 논란이 뒤따르면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송용호)의 발표에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는 언론의 선정성을 지적하자면 이런 식이다. 교육부 부실대학 명단 발표, 성공회대 등 35개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세계일보 스포츠월드), 부실대학 명단… 성공회대·성결대·신경대 등 수도권대도 포함(스포츠동아), 부실대학 명단에 성공회대 포함 논란… (이투데이) 등.

그렇다면 성공회대는 정부와 언론의 발표대로 부실대학인가. 2014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란 내년 3월부터 1년간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학을 의미한다. 학생들의 정부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대출제한대학' 또는 대학퇴출 대상이 되는 '경영부실대학'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 요인이 뭘까. 성공회대학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등 교육과 직접 관련된 지표들은 교육부가 지정한 기준 값들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도대체 어쩌란 것인가. 그간 규모는 작지만 인문 사회과학분야에서는 대안대학의 위상을 가진 강소대학으로서의 성공회대는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대학', '서울시 권역별 시민대학 운영대학' 등 교육역량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

교육부의 대학을 평가하는 잣대는 참으로 한심스럽다. 대학이 어떤 철학과 교육이념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평가함이 우선이지 않을까. 규모가 큰 대학은 큰 대학대로 작은 대학은 작은 대학대로 특성과 강점을 살려 잘 운영하고 있는지, 사학 족벌재단에서 부정하게 등록금을 빼돌리거나 유용 착복 등 사학비리는 없는지, 조폭들에게 학생회가 장악당한 체 학생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지는 않는지 등 관리감독 따위는 뒷전에 두고 교육부가 정한 비본질적인 잣대로 대학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취업률의 경쟁을 유도하는데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지 직업학교가 아니다. 취업률과 경쟁력, 돈이 되면 대학에서 비리학과라도 개설해서 취업의 성과물을 올리고 교육부에 보여주기 위한 막대그라프라도 그려 보고라도 하라는 말인지 궁금하다.

최근에 알려진 바 있는 배재대, 건양대, 서원대가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다. 대학들은 이미 철학과 모집학생 수를 최소화해서 거의 명맥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취업률을 올리지 못하니까 인문학과들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문. 사. 철이 인문학의 기본인데 하나라도 무너진 나라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 생각 있는 사람은 다한다.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 단행하는 구조조정 학과통폐합을 통한 학생 수 줄이기 등을 요구하는, 교육부의 압력과 방침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대학의 현실은 대학교육의 이념과 철학을 훼손해가면서 저질장사꾼의 경쟁논리를 들이대는 교육부가 대학발전의 근간을 흔들고 있음을 교육부만 모르는 것 같다.

성공회대는 등록금의 절대액수가 수도권사립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 교과부는 2013년 대학의 등록금인상율을 4.7% 이내로 제한을 했으나 성공회대는 등록금도 2012년 5%인하에 이어 2013년에는 동결을 했기 때문에 본교의 등록금 환원지수 지표도 상대적으로 좋다. 부실대학의 기준이라는 것이 4년제 대학의 경우 재학생 충원율 25%, 취업률 15%, 전임교원 확보율 10%, 교육비 환원율 12.5%,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12.5%, 장학금 지급률 10%, 등록금 부담 완화 10%, 법인지표 5%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8개항목을 모두 충족했다하더라도 순위로 하위 15%인 경우 정부재정지원대학으로 분류 된다. 그러나 성공회대는 재벌사학과 견주자면 상대적으로 충분히 양호한 대학임이 틀림없다. 교육부가 매년 상대평가를 통해 일정한 비율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선정하기 때문에 충분히 우수한 대학도 다른 대학들이 더 높은 교육부의 평가지표를 갖게 되면 다음해에는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전국 대학에서 상대평가해서 결국 하위 15%를 추려 희생양을 삼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하는 못된 제도를 가지고 교육부가 대학을 줄 세우기 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 따위 제도는 군대의 선착순과 같은 제도인데 그 잘난 미국의 아이비리그도 우리 같은 선착순 돌리기로 퇴출을 시키면 하버드대 프린스톤대도 돌아가면서 걸려들게 되어있다.

제정지원제한 대학이던 경영부실대학이든 낙인찍기에 한 번 걸려들어 언론을 통한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이 되면 돌이키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권력이 무서운 것이다. 이 덧에 걸려들지 않고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권력이 되던지 탈법과 편법을 통해 완장 찬 권력에 밉게 보이지 않게 줄을 서든지 대든지 하지 않을 재간이 없어 보인다.

이번에 낙인이 찍힌 대학들의 변 들을 살펴보니 이구동성으로 감히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속내와 함께 내년에는 더 노력해서 교육부의 지표에 맞추어 상위권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는 결의를 비비치고 있다 벌 받고 선생님 앞에 선 초등학생처럼 말이다.

성공회대학은 개인이 운영하는 족벌사학도 아닐뿐더러 학교운영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전용이나 비리가 없었던 학교로서 '성공회' 라는 종단이 운영하는 공공성과 학문의 다양성을 지닌 종립대학이다. 성공회대학의 세평은 부실해 보이는 대학이라는 평가보다 호불호가 분명한 대학으로 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름 성공회를 아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성공회신자나 사제들의 성향은 진보 보다는 오히려 보수적인 성향이 진하다, 그렇다고 성공회대학이 진보좌파의 대학인가. 그럴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분명한 것은 영국교회의 성직자양성을 목적으로 영국인선교사에 의해 1914년에 설립한 신학교에서 출발한 대학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성공회나 성공회대학이 진보적 좌파대학으로 내 몰리는 것은 왜 일까. 박정희정권에서부터 전두환, 노태우정권에 이르기까지 지긋지긋한 독재정권에 '아니오'로 맞선 민주화운동의 공로가 우파세력인 저들에게 부끄러움과 함께 불편한 인식을 주게 된 것이다.

학문적으로 보면 성공회 주된 흐름이 비아 메디아(via media)로 표현되는 중도주의를 존중하고 극단주의로 치우침을 경계하다보니 분단이라는 아픔과 우파적 이데올로기를 끌어안고 사는 외눈박이 세상에서 균형감을 가진 성공회대학이 좌측으로 밀린 형국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일로 교육부는 진보 성향 학풍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과 논초리를 피해가기 어렵다. 오래전부터 한신대, 상지대와 더불어 성공회대학은 민주미학 콘소시엄을 운영해왔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래서 이 다음번에는 한신대가 아니겠냐는 비아냥도 흘러나온다.

일례로 성공회대에는 현재 김민웅, 김수행, 서해성, 신영복, 조효제, 조희연, 탁현민, 한홍구 등 진보적 목소리를 내 온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학자들이 교수로 포진해 있다. 여러 성향의 교수들과 총학생회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시국선언을 발표한 적도 있다.

그래서 "새 정부와 갈등이 불가피했다"는 의견, "진보성향의 대학에 대한 정치적 보복성이 짙다"는 의견, 그 예로 "진보적인 성공회대 죽이기에 들어가는 것 같다"는 의견 등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견해들이 주를 이룬다. 열거된 내용이 모두사실은 아닐 것이다. 교육당국을 향한 이런 비난들이 사실이 아니어서 억울하더라도 칼자루가 교육당국에 있으니 오해를 받지 않도록 정책과 지표를 충분히 개선해야할 것이다. /[이우송(竟濟) 살림문화재단 이사장, 다석채플 사제, 칼럼니스트]

[원글바로가기] http://blog.daum.net/yiwoosong/13483476
e-mail: yiwoosong@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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