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들어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더 이상 일시적인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서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이례적’이라 여겨졌던 기상 현상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어 우리는 지금까지의 농업에 대한 가치관과 교훈을 근본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관측되었고, 벼의 고온장애, 과일의 일소 피해, 잎채소의 고사 등 많은 농작물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벼 농사에서는 등숙기에 고온이 되면 쌀알이 제대로 익지 않아 백미숙립(白未熟粒)의 발생이 증가하고 이는 곧 품질 저하와 수량 감소로 이어진다. 토마토나 가지와 같은 과채류도 과실 비대 불량이나 갈라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여름 나주배는 역대급 최장 폭염의 여파로 '일소(日燒·햇볕 데임) 피해'를 입은 배가 많이 나타나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은 폭염이 잠시 멈추고 장마기에 들어섰지만 장마기가 끝나면 폭염이 예상된다고 하니 올해도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폭염의 피해가 반복되면서, 농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의 재배력이나 품종 선택은 기존 기후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크게 어긋나 있어 더 이상 ‘과거의 재배 경험이나 폭염대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의 ‘교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연하게 갱신해 나가려는 태도다. 예를 들어, 고온에 강한 품종 도입, 관수 체계의 재정비, 강한 햇볕을 차단하기 위한 차광 자재의 활용 등 기후에 적응한 기술의 재구성이 요구된다. 특히 작물의 생육 단계와 혹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또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이나 지자체, 농업 시험장 등이 제공하는 기상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제나 관수 타이밍을 판단하는 ‘스마트 농업’은 고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과거의 감과 경험만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현대 농업에서, 기술의 활용은 앞으로 더욱 필수가 될 것이다.
고온 대응은 비단 포장(圃場)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가공·유통 단계에서의 대응도 중요하다. 고온으로 인해 품질이 다소 떨어진 농산물을 주스나 건조 식품 등의 가공품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는 식품 폐기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의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고온으로 인해 ‘비규격품’이 된 농산물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 유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개별 농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행정,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연계하여 지역 단위의 정보 공유와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온에 강한 작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제도, 차광 자재 도입에 대한 보조금 제도 등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해진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일시적인 이상기후에 견디면 된다”라는 자세로 이 시대를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기후가 바뀌었다”라는 전제하에, 거기에 맞는 농업의 형태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농작물의 피해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한 자연의 위협만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과거의 교훈에 안주하고 있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의 농업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다. 기술도, 제도도, 인식도 지금 커다란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속에서, 폭염 피해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다음에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각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