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국 배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전남 나주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배 주산지다. 나주에서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소(日燒)', 즉 햇볕 데임이 배 재배 농가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 오르고 있다. 일소는 나주 배 재배 면적의 약 80%를 차지하는 신고배처럼 과피가 얇고 수분이 많은 품종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나주배 농가는 평균 20~30% 많게는 40% 이상을 일소 피해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일소는 한여름 직사광선과 고온이 겹치면 과실 표면이 타들어 가는 심각한 생리장애가 발생한다. 일소 피해는 단순한 외관 문제를 넘어, 과피 세포의 괴사, 변색, 갈변은 물론 과육 일부가 반투명해지는 수침상(水浸狀)을 유발한다. 가볍게는 표면 일부의 변색으로 끝날 수 있으나, 심할 경우 과실 전체가 부패하거나 조기 낙과로 이어지며 상품성이 크게 저하된다.
실제로 지난해 나주지역의 많은 배 농가들은 평균 20~30%의 일소 피해를 겪으며 수확량이 급감했다. 올해 역시 이른 시기의 폭염과 장마 후의 고온 다습한 날씨가 예고되어 있어, 사전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소는 과실 표면의 온도가 45℃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급속히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직사광선이 장시간 과실에 닿을 때 과피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세포가 괴사하면서 병반이 생긴다. 보수성이 낮고, 건조하기 쉬운 과수원 그리고 과수의 뿌리가 기능이 저하되어 물의 흡수가 나쁘고, 열매로의 전환이 나쁠 때 발생하기 쉽다.
특히 여름철 가지를 과도하게 전정해 잎의 그늘이 사라진 경우, 과실이 햇볕에 직접 노출되어 일소가 쉽게 유발된다. 통풍이 잘 되지 않고 습도가 높은 환경, 수분 스트레스, 나무의 수세 약화 등이 복합되면 피해는 더욱 심화된다.
주요 대책으로는 첫째, 차광을 통한 그늘 조성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과실 주변에 신초나 잎이 그늘을 형성하도록 유도하고, 필요시 차광망을 설치하거나 적정 전정으로 햇빛의 강도를 조절한다.
둘째, 토양 수분 유지 및 뿌리 활력 강화도 중요하다. 일소현상은 수분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토양이 건조하면 과실 온도가 더 빨리 올라가기 때문에 시기적절한 관수가 필수다. 특히 건조한 시기에는 점적관수나 멀칭 등을 통해 뿌리 주변의 온·습도를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심경을 통해 토양을 개량하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 뿌리의 활력을 높이면 수분 흡수력이 향상된다.
셋째, 칼슘계 액화 비료나 약제의 잎면 살포는 과실 조직을 튼튼하게 하여 일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차광제(반사제) 살포도 효과적이다. 칼슘이나 카올린을 포함한 반사성 입자를 과실 표면에 도포하면, 직사광선이 반사되어 일소 발생이 줄어든다. 다만 봉자씌기를 한 배에 살포가 어렵고, 살포 시기와 농도, 수확 시 잔류 여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넷째, 봉지 씌우기는, 고온기 일소 방지에는 여전히 효과적인 수단인데, 티타늄 코팅 처리된 봉지는 적외선을 차단하고 반사율이 높아 과실 온도 상승을 억제해준다.
다섯째, 과원 관리의 감각적 판단이 중요하다. 단순한 기술적 처방만으로는 부족하며, 일사량, 바람의 흐름, 과실의 위치 등 현장 조건을 면밀히 살피고 민감하게 대응하는 농가의 경험이 필요하다.
일소는 위와 같이 고온과 햇빛이 강해서 생기나 나무의 생리 상태, 토양의 수분 보유력, 통풍 조건, 가지의 배열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는 복합적 생리장애다. 따라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대응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장감 있는 판단과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 더 나아가 품종 개량과 ICT 기술 도입까지 고려한 종합 전략이 요구된다.
가령, 배 과실의 표면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자동 관수 시스템을 연동해,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미스트를 분사하거나 차광막을 조절하는 방식의 ‘정밀농업 및 스마트농업’ 기술이 요구된다.
올여름도 무더위는 피할 수 없다. 일소 피해를 입기 전에 관공서와 배조합, 생산자 단체 등의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고 행해야 한다. 농가들 또한 과실 하나하나의 생리적 반응을 이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때 일소 피해는 최소화 될 수 있다. 폭염 속에서도 당도 높고 외관이 우수한 나주배를 안정적으로 수확하기 위해, 일소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뒷북 행정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4. 배 일소병의 저감 대책.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12.6.)
허북구. 2024. 전남농업, 지구온난화 빠른 대응을.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8.20.)
허북구. 2025. 폭염과 나주배 품종.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4.8.5.)
허북구. 2022. 기후변화 대비 배 품종과 지자체 독점 품종.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2.11.15).
허북구. 2022. 나주 배 산업, 기후변화 파고 버텨낼까?.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