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의 여러 지역에서 폭우가 내렸다. 폭우로 인해 농작물의 생육에 다양한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큰비 이후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밭과 논의 침수에서 시작된다. 특히 점토질 토양에서는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물이 오랫동안 고이게 되며, 작물의 뿌리가 산소를 잃고 뿌리썩음이나 생육 불량을 초래하게 된다.
고랑이나 포장 전체가 진흙물로 뒤덮이면 토양 내 유익한 미생물 환경이 무너지고, 토양 병원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더불어 물에 잠긴 작물은 광합성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물리적 손상과 세균 및 곰팡이에 의한 2차 피해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큰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초기 대응이 요구된다. 비가 그친 즉시 밭 상태를 점검하고, 배수로의 막힘이나 붕괴, 포장 내 고인 물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임시 배수로를 만들거나 펌프를 이용해 물을 퍼내는 등 가능한 한 빠르게 배수를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수가 끝난 후에는 토양의 통기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가볍게 경운하고, 유기물을 시용함으로써 뿌리 주변 환경 개선을 꾀할 수 있다.
침수된 작물에 대해서는 엽면시비를 통해 영양을 보충하거나 생육 촉진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뿌리의 흡수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아미노산이나 액체 비료를 잎을 통해 흡수시키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쓰러진 작물이나 줄기나 잎이 손상된 작물에 대해서는 지주대를 이용한 보강이나, 필요한 경우 제거를 고려해야 한다. 병의 진행이 심한 개체는 주변으로의 전염을 막기 위해 조기에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폭우 이후에는 병해충의 발생도 쉽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병원균의 온상이 되며, 가지과나 박과 같은 과채류에서는 잿빛곰팡이병, 역병, 연부병 등의 병이 비가 온 뒤 급속히 퍼질 가능성이 있다. 방제시 잎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는 약제가 잘 부착되지 않아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설재배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하우스 안에 물이 들어오거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습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피복 자재의 손상 점검과 함께, 환풍기나 측창을 이용한 강제 환기, 차광 자재 조절 등도 필수적인 관리 요소가 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대비해 농지의 배수성을 높이는 구조적 개선도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높은 두둑을 만들거나, 명거·암거 배수 정비, 고랑에 자갈이나 왕겨를 투입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피해 규모에 따라 한 작기를 포기하고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지력을 회복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특히 콩과 녹비식물은 토양 입단 구조를 개선하고, 다음 작기를 대비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더 나아가 경영 계획의 재검토도 고려해야 한다. 피해를 입기 쉬운 작물의 재배 비중을 줄이고, 비교적 습해에 강한 품목으로 전환하거나 조기 수확이 가능한 단기 작물로의 변경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상 정보나 토양 수분 센서를 활용한 ICT 기술 도입도 앞으로의 과제가 된다. 포장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방제·시비의 최적 시기를 포착할 수 있게 되면 피해 경감은 물론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큰비와 같은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농업인에게 중요한 것은 피해의 유무를 떠나, 항상 재해를 가정한 대비를 해 두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시기적으로 볼 때 이번 폭우는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앞으로 폭우에 따른 피해를 줄이여렴 "예측 불가능한 기상"에 대해 농작물 관리 측면에서도 "예측 가능한 관리"를 축적해 나가면서 대책을 세워 두는 것이 큰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