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남도국제미식박람회와 남도 음식의 정체성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07-29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오는 10월 1일부터 26일까지 목포 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열리는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의 준비와 홍보가 한창이다. 이 박람회는 과거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등 다양한 명칭을 거치며 3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행사다. 그러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일회성 행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역 식품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이나 남도 음식문화의 정체성 정립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도 음식은 흔히 ‘맛있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왜 맛있는지, 다른 지역 음식과 무엇이 다른지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체계적인 연구는 드물다. 사실 남도 음식의 맛은 단순한 조리법의 결과가 아니라, 남도의 기후와 지형, 풍부한 수산자원, 발효문화, 농업 기반, 공동체 생활문화와 전통 조리기술 등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낸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곧 남도 음식의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식문화를 바탕으로 기획되어야 하며, 그럴 때 박람회의 확장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박람회의 중심은 남도의 지역성과 계절성, 그리고 공동체 기반의 식문화라는 본질적 가치를 담은 ‘음식자원’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시군은 고유한 식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지역 식재료가 지닌 생태적·문화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전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음식의 산업화 전략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조리공정의 표준화, 발효식품의 유산균 분석과 계량화, 저장 및 유통의 첨단화 등을 통해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산업화가 가능한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제화 전략 또한 중요하다. K-푸드 열풍으로 인해 비빔밥, 불고기, 김치 등 한식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속에 남도 음식의 진정한 정체성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는 의문이다.

 

박람회는 외국 바이어, 음식문화 연구자, 언론인을 초청해 남도 음식이 왜 특별한지를 지역성과 발효기술, 공동체 문화와 연계해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을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스토리는 단순한 재료나 조리법을 넘어 음식의 소비로 이어지고, 세계인의 식탁 위에 ‘남도’를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해외 한식당의 메뉴에 남도식 레시피를 접목하거나,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남도식 퓨전 레시피를 개발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박람회가 단순한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람회 전후로 지역 식문화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 식재료 공급망의 연계, 청년 창업을 통한 식품산업 육성,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의 참여 등 지속가능한 기반 조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박람회는 사람을 모으는 행사에 머물 것이 아니라, 남도 음식의 기억과 가치를 산업화·세계화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주는 ‘집장’ 문화와 음식 품앗이가 발달한 지역이다. 필자는 집장에 관한 책을 집필하며 나주 어르신들을 인터뷰했고, 그 과정에서 농번기 공동작업과 연계된 품앗이형 집장 제조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번을 정해 집장을 함께 만들고, 맛있는 집장의 비결이 전파되며 레시피가 공유되고, 새로운 재료가 첨가되는 과정은 바로 음식문화의 집단적 진화였다.

 

이러한 집단 조리 방식, 품앗이 구조, 레시피 공유 문화는 나주뿐 아니라 평야가 넓은 남도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남도 음식이 ‘맛있는 음식’으로 발전한 배경이자 중요한 사회문화적 자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박람회는 집장을 단순히 전통 음식의 하나로 전시하거나 시식하는 데 그쳤을 뿐, 그 이면의 문화적 가치와 스토리는 충분히 콘텐츠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남도의 음식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박람회와 연계해 콘텐츠화하고 상품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남도의 식품산업이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더 이상 일회성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도 음식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게 하는 중요한 디딤돌이자, 지역 산업과 문화의 지속가능한 통합 플랫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라도 호남선 음식자의 적자, 나주밥상.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15. 근대 나주의 집장과 부삭장 문화.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13. 근대 장흥의 된장물 문화와 된장물회. 세오와 이재.

최신 기사

포토뉴스

지역권뉴스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