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베이커리 시장에서 눈에 띄는 유행은 단연 ‘소금빵’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워진 버터롤 위에 굵은 입자의 소금이 박혀 있는 이 빵은, 짠맛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오묘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마치 고급스러운 스낵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고, 포장도 용이하여 온라인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런 소금빵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지역은 다름 아닌 전라남도 신안군과 영광군이었다.
신안과 영광은 전국 최고 수준의 천일염 생산지다. 신안과 영광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청정한 해양환경 속에서 자연의 바람과 햇볕만으로 정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염도가 강하지 않고 미네랄이 풍부해 제빵, 발효식품, 젓갈류 등에 모두 적합하다.
두 지역 모두 소금이 유명하지만 영광군은 이미 ‘모시떡’, ‘보리빵’ 등 전통적인 떡과 빵을 만들 수 있는 지역 기반도 갖추고 있어 ‘소금빵’ 상품화에 유리한 조건을 지닌다.
더 나아가 소금빵은 택배 유통에 매우 적합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빵은 진공포장이나 밀폐용기에 담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냉동 유통도 가능하다. 영광의 소금빵은 ‘청정 천일염 사용’, ‘지역 농산물 반죽’, ‘모시 성분 첨가’ 등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 특히 ‘영광소금빵 세트’나 ‘염전 체험 패키지와 함께 구성된 선물세트’ 등으로 확장하면, 전국 단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지역 특산식품이 택배 상품으로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현지에서 먹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음식도 존재한다. 일본의 ‘소금 라멘(塩ラーメン, 시오라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오라멘은 일본 라멘의 원형에 해당한다고 평가받는다. 그 시초는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로, 19세기 말 항구를 통해 중국식 국수가 유입되며 시작되었다.
초기 라멘은 간장이나 된장보다 소금을 기본 조미료로 사용한 맑고 담백한 국물 형태였다. 특히 하코다테는 오징어, 다시마, 조개류 등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이었기에, 향이 강한 장류보다 해산물 육수의 섬세함을 살리는 소금이 자연스럽게 선택되었다.
이처럼 소금 라멘은 단순히 ‘짠맛’이 아닌, 지역 해산물과 기후, 조리방식이 어우러진 복합적 음식문화의 산물이다. 맑은 국물은 투명하고 담백하며, 감칠맛은 복합적이고 세련되다. 라멘 위에는 차슈, 죽순, 파, 유자 껍질, 심지어 트러플 오일까지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다. 특히 도쿄나 치바 등 수도권에서는 조개 육수를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소금 라멘이 인기를 끌며, 미슐랭 스타를 받은 라멘집도 여럿 존재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하코다테시가 시오라멘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오라멘 지도’를 만들어 지역 맛집을 소개하고, 라멘 축제를 개최하며, 인증 로고까지 부여하는 전략으로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관광객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경험을 얻고, 지역은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소금 라멘은 반드시 그 지역에 가야만 완성되는 음식이다. 육수에 쓰이는 해산물과 소금이 모두 현지 재료이기 때문에 단순한 레시피 전수로는 본래의 풍미를 재현하기 어렵다. 즉, 현장성과 지역성이 핵심인 음식이다. 이것이야말로 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기에 최적인 이유다.
이제 다시 한국의 영광군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영광의 천일염은 충분히 전국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소금빵’은 택배 상품으로, 일상 속에서 즐기는 소금 간식으로 유통되기에 적합하다. 반면, 만약 영광이 ‘소금라면’을 개발하고자 한다면 단순한 라멘 제조를 넘어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 법성포 해산물, 지역 채소를 함께 활용한 체험형 음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염전 견학 후 천일염 라면을 먹는 관광 코스, 모시 국수를 활용한 ‘영광 시오 라멘’ 개발 등은 관광 콘텐츠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다.
지역의 자원은 어디에서, 어떻게 소비되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영광의 천일염은 빵으로 만들어 전국으로 퍼질 수도 있고, 국물 요리로 승화되어 현지에서 직접 맛보는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특성과 유통 구조,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일이다.
소금은 단지 짠맛을 내는 조미료가 아니다. 지역의 바람, 햇살, 바다, 노동이 모인 결과물이다. 그 소금이 담긴 빵은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국물로 우러난 라멘은 지역을 향한 발길을 이끈다. 영광의 소금이 이 두 길을 통해 더욱 널리, 그리고 깊이 사랑받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