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난 7월 30일, 전남도청 왕인실에서는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 쌀’ 수상식이 열렸다. 전남도지사를 비롯해 시·군 관계자, 농협, 유관기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브랜드 쌀 생산자들을 격려하고, 수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 평가는 품종 순도, 잔류농약, 중금속, 식미검사, 현장 평가 등 8개 항목을 기준으로 매년 진행되며, 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농업기술원, 한국식품연구원 등 6개 전문기관이 참여해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고품질 브랜드 쌀이 정작 그 생산지역에서 소비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전남도는 매년 브랜드쌀을 선정하고, 해당 브랜드 단체나 각 시·군은 이를 언론과 각종 홍보물로 알리지만, 지역 주민은 "그 쌀을 어디서 사야 하냐"는 질문에 부딪히기 일쑤다. 이름은 알지만, 실제로 맛보거나 구매하기 어려운 브랜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몇 가지 구조적 배경이 있다. 첫째, 고품질 브랜드 쌀은 대부분 농협이나 지자체 산하 RPC(미곡종합처리장)와의 계약재배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들은 대형 유통사, 학교 급식, 공공기관 납품 등 특정 수요처에 맞춰 출하되며, 산지 시장이나 일반 소비자 대상 매장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 산지 주민은 자기 지역에서 어떤 브랜드 쌀이 생산되는지 체험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둘째,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유통 경로가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포장 단위와 품질 보증 체계를 요구하고, 그로 인해 직거래나 로컬푸드 매장을 통한 판매는 제약을 받는다. 브랜드의 위상은 높아지지만 지역 주민의 접근성은 떨어지는 이중 구조가 형성된다.
셋째, RPC 중심의 유통 독점도 문제다. 생산-수매-가공-유통까지 전 과정을 RPC가 담당하다 보니, 농가는 자율적인 직거래나 소규모 유통을 하기 어렵다. 타지역으로 대량 출하되는 물량이 대부분이고, 정작 생산지 주민은 그 쌀을 마트나 쌀집에서 보기 힘든 실정이다.
넷째, 지역 내 브랜드 인지도도 낮다. 브랜드 쌀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품종인지, 맛은 어떤지에 대한 정보가 지역사회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 브랜드 쌀이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에 등장하지 않고, 축제나 학교 급식 등에서 활용되지 않는다면 그 존재감은 희미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가격 문제도 걸림돌이다. 고급 포장, 인증 마크, 유통비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쌀은 일반 쌀보다 단가가 높다. 이 때문에 “우리가 생산했지만 사먹기엔 부담스럽다”라는 인식이 생긴다. 지역 주민조차 외지 쌀을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는 전남의 고품질 쌀이 외지에서는 프리미엄 대접을 받지만, 정작 산지에서는 소외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 브랜드 쌀이 지역 밥상에 오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역 농업과 식문화의 단절을 의미한다. 밥맛은 지역 식문화의 핵심이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지은 밥’이야말로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의 출발점이다.
이제는 전남 브랜드 쌀이 지역 밥상과 연계되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다. 학교 급식, 복지시설, 공공기관 급식에 우선 공급하고, 로컬푸드 매장과 연계한 소포장 판매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역 축제나 마을 행사에서 시식 체험을 강화하고, RPC에서도 일정 비율을 지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유연성도 필요하다.
고품질 브랜드 쌀은 단지 상품이 아니라 지역의 땅, 사람, 기후, 노력의 집약체다. 그것이 지역의 밥상에 오르고, 일상 속에서 소비될 때 진정한 브랜드가 된다. 또한 지역의 밥상과 연계되어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밥맛을 알리고, 특색화 하는 데도 이용되는 등 지역민과 함께하는 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브랜드쌀, 광저우 박람회보다 지역 식당이 먼저다.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5.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