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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농업 개방 파고, 소농의 생존전략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08-01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난달 31일 발표된 한미 통상협상에서 쌀과 쇠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이 제외되었다. 마음을 졸이던 쌀과 쇠고기 주산지 전남의 농민들은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해온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과 농업 시장 개방의 흐름을 떠올리면, 농축산물 개방 압력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불안이 여전하다.

 

실제로 미국의 '규모화 농업'(대농 중심 시스템)은 자유무역과 국제 경쟁을 무기로 삼아 소규모 농가를 점점 더 불리한 위치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소농(small farmer)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단순한 보호 정책을 넘어, 지속 가능한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규모화 농업은 토지, 자본, 노동력을 집중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수천 헥타르 규모의 초대형 농장이 존재하며, 첨단 기계화와 ICT 기술을 접목해 저비용 대량생산을 실현하고 있다. 이들은 압도적인 단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우리 농업에도 강한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농업의 기반은 대부분 가족 중심의 소규모 경영이다.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이라는 구조적 어려움도 겹쳐져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는 대농에 밀릴 수밖에 없는 듯 보이지만, 소농에게는 대농이 갖지 못한 고유한 경쟁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성’, ‘다양성’, 그리고 ‘관계성’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후와 토양에서만 자랄 수 있는 재래종 작물, 지역의 식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된 전통 가공식품 등은 대농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가치를 지닌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리가 가깝고 신뢰 기반의 직거래가 가능해 식품 안전성과 브랜드 충성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소농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작은 것을 지키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것을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이야기성’이 있다. 농법의 철학, 농부의 삶, 마을의 역사 등 스토리를 담아낸 농산물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유기농업, 친환경농업, 자연농법, 전통 발효식품 등은 소비자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

 

또한 농업이 타 분야와 적극적으로 연계되면 소농의 역할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관광, 교육, 복지 등과의 융합을 통해 ‘농업 × 관광(농촌체험)’, ‘농업 × 교육(식생활 교육)’ 같은 새로운 모델이 가능해지며, 소농이 지역사회의 중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개별 농가로는 어려운 점이 많으나 협동과 연대를 통해 자재 공동 구매나 판로 공동 개척도 가능하다. 로컬푸드 직판장, 협동조합, 지역공동체지원형농업(CSA) 등의 플랫폼은 이미 전국 곳곳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ICT, 스마트팜, 원격 모니터링 기술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노동력 부담을 줄이고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을 ‘규모화 도구’가 아니라 ‘소농을 위한 도구’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이제는 ‘크다 = 강하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기후 위기, 식품 안전, 지역공동체 회복 등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두고 보면 오히려 ‘작다’라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소농은 더 이상 농업의 ‘과거형’이 아니라, 농업의 ‘미래형’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 시장 압력에 대응하려면 경쟁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다른 경쟁의 장(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양’이 아닌 ‘질’과 ‘관계성’, 그리고 지역과의 공생을 기반으로 한 농업이다. 규모화된 농업 앞에서 소농이어서 마음을 졸이는 농업이 아니라 소농이어서 당당하고, 소농이야말로 먹거리와 농업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갈 희망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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