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장마가 다시 시작되었다. 지난 폭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거센 빗줄기가 들녘을 적신다.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걸쳐 장맛비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기후, 반복되는 폭우, 국지성 호우와 긴 장마는 이제 계절의 일상이 되었고, 농업은 가장 앞선 피해지대가 되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장마는 더 이상 단순한 ‘여름철 계절 현상’이 아니다. 집중호우와 폭우는 수확 전 작물의 품질과 수량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토양 유실과 병해충 증가, 농기계 파손, 수확 지연 등으로 이어지며 농가에 복합적인 타격을 준다. 특히 연작장해에 취약한 노지채소나 뿌리작물, 수확을 앞둔 과수 등은 침수나 과습에 민감해, 단 한 번의 장맛비로도 한 해 농사를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장마와 폭우에 대응하기 위해 농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첫째, 배수 관리와 지반 강화가 핵심이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배수로의 정비 상태이다. 논밭의 고랑은 빗물이 정체되지 않도록 미리 깊고 일정하게 정비하고, 하우스 주변 배수구는 풀을 제거하고 이물질이 막히지 않도록 청소한다. 특히 고지대에서 물이 흘러드는 경사지 밭에서는 유수 유입을 차단하는 배수로와 흙막이를 설치해 침수 피해를 막아야 한다. 사전에 작은 투자가 큰 손실을 막는다.
둘째, 하우스 시설물의 결속 상태와 차광·환기 관리도 필수적이다. 바람을 동반한 비가 자주 발생하는 장마철에는 하우스 비닐이 찢기거나 기둥이 흔들리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다행이 이번 비는 바람을 동반하지 않고 있으나 언제 바람을 동반할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화이다. 그러므로 미리 결속끈을 조이고, 취약한 부분은 보강한다. 내부 습도 조절을 위해 환기창과 측창을 적절히 조작하고, 병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차광과 제습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셋째, 비가 온 직후가 병해충 방제의 ‘골든타임’이다. 장마철 고온다습한 기후는 탄저병, 역병, 세균성 점무늬병 등 각종 병해의 발생 확률을 크게 높인다. 특히 과수나 잎채소에서 병징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므로, 비가 그친 직후 빠른 약제 살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생물농약이나 저항성 품종을 활용한 친환경 방제도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병해충 발생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예찰 서비스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수확 시기의 조절과 출하 전략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장마철에는 과일이나 채소의 수분 함량이 높아지면서 저장성과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다. 침수 우려가 높은 밭작물은 수확을 앞당기거나 임시 저장 공간을 확보해 수확 후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계약재배나 공동 출하 체계를 갖춘 농가라면, 날씨 예보를 토대로 출하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가격 하락과 폐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섯째, 재해 대비 농업 보험 가입과 복구 계획 수립도 실질적인 대응 전략이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해 재해보험의 필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작물재해보험, 농작물 재해복구비, 농업인 안전보험 등을 통해 최소한의 손실 보전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과거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재해 대응 매뉴얼을 수립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속성 채소의 시설재배에 생산계획이다. 폭우를 동반한 장맛비는 노지채에 타격을 입치고 급격한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 이를 대비한 엽채류 등을 파종해서 단기간에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일곱째, 농민의 안전이다. 장맛철에는 폭우에 의해 시설의 파괴, 불어난 물에 의한 안전사고, 전기 누전 사고 등의 다발하므로 특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이제 농업은 기후와의 ‘평화적 공존’을 논하는 단계가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폭우와 기상이변은 농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장마철은 그중 가장 치명적인 시기다. 따라서 농업은 더 적극적인 적응 전략을 필요로 한다. 단기적인 대응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품종 전환, 재배방식 변화, 기후탄력적 농지 관리, 공동체 기반의 재해 대응체계 구축까지 고려해야 한다.
비는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은 농가에는 재앙이 된다. 빗줄기가 무겁게 쏟아지는 지금, 장마는 피할 수 없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철저한 대책으로 피해를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