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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 배추, 작목 전환만이 답인가?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08-07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2025년산 가을·겨울 배추의 적정 생산과 수급 안정을 위해 재배 의향 면적 조사와 함께 작목전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배추를 재배했던 필지 중 해당 필지를 휴경하거나 귀리, 메밀 등 타 작물로 전환하면, 농가당 최대 2ha에 대해 ha당 450만 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업 대상은 주산지인 해남과 진도 지역으로, 약 400ha에 18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배추는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채소이다. 김장김치를 비롯해 찌개, 볶음, 조림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그러나 전국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전남도는 해마다 수급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상 기후가 없어 생산이 과잉될 경우 시장 가격 폭락과 산지 폐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에는 배추 공급 과잉으로 359ha 규모의 산지 폐기가 이뤄졌고, 이에 따른 비용만 53억 원에 달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전남도의 작목전환 사업은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실제로 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과잉 생산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산지 폐기로 인한 53억 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방식이 과연 중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배추 수급이 생각보다 훨씬 더 불안정한 구조 위에 있다는 점이다. 배추는 수확 시기가 짧고 저장성이 떨어져 출하가 겹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쉽게 포화 상태에 이른다. 특히 기온이 높아지는 경우 각 산지의 수확 시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공급과잉이 심화된다. 따라서 단순한 작목전환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첫째, 출하 조정과 수급 예측의 정교화가 시급하다. 생육 상황과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출하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AI·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전국 단위의 조정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 계약재배와 업소용 수요 확보를 통한 판로 다변화가 중요하다. 김치 가공업체, 급식·외식 산업 등 일정 수요가 존재하는 분야와의 계약을 확대하면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품종 다양화와 수확 시기 분산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최근에는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 등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출하시기를 분산시킨다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공급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넷째, 지역 공동체 단위의 가공 및 저장 시스템 확대도 필요하다. 개별 농가가 냉동 배추나 컷 배추 가공시설을 갖추기는 어렵지만, 공동 가공센터나 출하조합 단위의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가격 안정과 소비자 편의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다섯째, 젊은 세대의 소비 확장을 위한 홍보 캠페인도 간과할 수 없다. 배추는 고령층에게는 익숙한 식재료지만, 젊은 층에게는 거리감이 있는 채소이기도 하다. SNS 콘텐츠, 레시피 마케팅, 외식업체와의 협업 등을 통해 배추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여섯째, 가격 하락 시 신속한 보상이 가능한 보험등 안정망 정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의 가격 안정제도는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다 실질적이고 빠른 보상체계가 마련되어야 농가가 안심하고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목전환이라는 단일 해법이 오히려 새로운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도(2024년)의 경우 배추 가격이 높았던 점, 기상이변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재배 면적이 곧 생산량과 직결되지 않는 점, 특정 지역에서 재배면적을 줄이면 타 지역에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확대 재배에 나설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이는 전남도의 재배면적 감축이 전국 배추 수급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과잉 공급이 발생한 특정 해의 폐기 비용만을 기준으로 정책 효과를 계산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오히려 기상이변 등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해의 사례도 함께 분석해 적정 재배면적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목전환 역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수급 조절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전남도의 작목전환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일정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법은 정교한 수급 조절 시스템 구축, 다변화된 출하 전략, 전국 단위의 협력 체계 마련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배추 수급은 단순한 '면적 조절'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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